차준환·최민정이 찬사 보낸 한식 도시락···‘밥심’ 지원하는 ‘주방의 국가대표’들
22억원 투입, 폐막까지 도시락 3500개 마련
조은영 영양사 “우린 밥으로 응원하러 왔다”
따뜻하게 제공하기 위해 발열팩까지 준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에이스 차준환(서울시청)은 만족스런 선수촌 생활을 이야기하며 특별히 대표팀 도시락에 엄지를 들었다. 그는 “점심과 저녁에 배달되는 한식 도시락을 정말 잘 먹고 있다”고 했다. ‘한식파’인 쇼트트랙 대표팀 간판 최민정(성남시청)도 갈비찜 도시락을 떠올리며 “시합 때 되면 체중이 많이 빠지는 편인데 밥을 잘 먹으면 체중 유지에 도움이 돼 좋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초로 급식 지원센터를 열었다. 무려 2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특별한 선수 지원 프로젝트다. 태극전사들은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 한식 도시락을 제공받는데,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급식 지원센터는 6개 종목 12개 세부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리비뇨까지 3개 클러스터에 한식 도시락을 지원한다. 밀라노에서만 한 끼에 45개 도시락을 만든다. 코르티나와 리비뇨에서는 각각 25개씩 나간다. 지난 6일 서비스를 오픈해 대회가 폐막하는 22일까지 급식 지원센터에서 마련하는 선수 도시락은 약 3500개다.
밀라노에서 선수들의 ‘밥심’을 지원하는 조은영 진천선수촌 영양사는 지난 9일 급식 지원센터 공개 행사에서 “운동 선수들에게 밥은 배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를 내도록 하고, 근육 회복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낯선 유럽에서 뛰는 만큼 시차 적응 등 불안 요소들을 음식을 통해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우린 밥으로 (선수들을)응원하러 왔다”고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 하나하나에는 추운 겨울에 먼 타지로 넘어와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자 하는 급식 지원센터의 노력이 녹아 있다.

급식 지원센터 세 곳에 총 35명이 투입된다. 조리 인력만 21명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남쪽의 로디 지역에 위치한 밀라노 급식지원센터는 오전 8시면 선수들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선수들에겐 맛은 물론이고, 체력과 회복, 근육 유지 등 영양 요소 하나하나를 고려한 도시락이 배달된다. 조 씨는 “선수촌 식당 투어를 했는데 단백질 함량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 메인이 되는 반찬에 고기 등 단백질 함량을 늘렸다”며 “선수들도 아무래도 갈비찜이나 제육볶음 같은 고기 반찬을 가장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급식 지원센터에서 소비한 고기량은 약 300㎏다. 대회 기간 예상되는 고기 소비량은 총 700㎏에 이른다. 식자재 비용만 약 2억원이 넘는다.
최고의 한식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각 지역에 한식에 최적화된 조리 환경을 갖춘 베이스 캠프를 잡아야 했다. 한국의 맛을 내기 위한 최대한 국내와 비슷한 식자재도 준비해야 했다. 장소 임대부터 시작하면 2~3년, 구하기 어렵거나 통관까지 고려한 식자재 확보부터 메뉴 선정 등 준비는 거의 1년이 걸린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선수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기 위해 발열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조 씨는 “빙상, 설상 종목 선수들은 워낙 추운 야외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식은 음식도 발열팩으로 다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음식 준비가 끝나면 발열 도시락에 담아 선수촌에 배달된다. 양을 조금 달라고 주문한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양을 늘려 달라는 봅슬레이 대표팀의 디테일한 주문도 반영된다. 점심 도시락은 오전 11시30분, 저녁은 오후 4시30분에 각 급식 지원센터를 떠나 30분 안에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책임지는 김경민 선수촌안전부 대리는 ”일단 완성된 도시락이다 보니 혹시 배달하면서 망가지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배송해 선수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락에 녹아든 정성은 선수들이 가장 먼저 안다. 대회 초반 선수촌 식당 메뉴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몇몇 선수들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는데, 도시락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는 선수단 대부분이 거의 빠짐없이 주문한다.
급식 지원센터에서는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없는 도시락과의 전쟁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도시락 지원에 만족해하고 좋아하는 말을 하면, 이보다 더 보람찰 수 없다. 조 씨는 “한국과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그 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우리 음식을 먹고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다현 선수촌운영부 대리도 “선수촌에서 먹는 음식과 같은 최고의 음식으로 선수들을 잘 먹이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게 급식 지원센터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선수단 음식의 맛을 책임지는 김중현 진천선수촌 조리장은 “선수들처럼 저희도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요리로 응원 중”이라면서 “국민들도 우리 선수들을 많이 응원하시지만 저희는 영광스럽게도 더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게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하겠다”며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설 명절도 포함돼 있다.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 선수들을 위한 특별식도 마련된다. 조 씨는 “명절을 유럽에서 보내니까 사골국과 불고기에 산적 등 다양한 전 종류까지 명절 음식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설날 메뉴를 예고했다.
밀라노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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