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기획’ 마동석 ‘변화무쌍’ 유해진 ‘명불허전’ 황정민… 최강 ‘티켓파워’

안진용 기자 2026. 2. 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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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팬데믹 시대’ 흥행배우
1위 마동석 ‘범죄도시’ 3487만
2위 유해진 ‘파묘’ 등 장르 불문
3위 황정민, 기복 없는 관객몰이
세 배우만 9000만명 이상 동원
박정민 ‘톱5’ 중 유일 신규 진입
정우성·이병헌 등 건재함 과시

팬데믹을 기점으로 한국 극장가는 대변혁기를 맞았다. 2019년 2억2668만 명이었던 연간 총 관객 수는 2020년 5952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1억 명에 턱걸이하며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일수록 대중을 극장으로 유혹할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의 역량과 노력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2020년 이후)를 주도한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마동석·유해진·황정민이 톱3를 형성했다. 그리고 정우성·박정민·이병헌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1위인 마동석은 팬데믹 기간 ‘범죄도시’ 시리즈 2∼4편으로 3487만 명을 동원했다. 세 편 연속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충무로 최초 기록이다. 손석구와 함께 한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으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마동석은 주연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기획자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맨손과 완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마석도 형사라는 걸출한 ‘한국형 히어로’를 배출하며 충무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아닌 작품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오컬트 액션물인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는 기존 마동석의 이미지를 복제했다는 혹평 속에 77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2위인 유해진은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주연작을 개봉했다. ‘공조2’(2022)부터 ‘야당’(2025)까지 4년간 7편을 공개해 누적 2760만 관객을 모았다. ‘파묘’(1191만 명)의 성적이 가장 빼어났고, ‘공조2’(698만 명), ‘야당’(337만 명), ‘올빼미’(332만 명) 순이었다. 유해진의 최대 장점은 스펙트럼 넓은 연기다. 코믹부터 누아르, 사극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한다. 최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로 누적 관객 30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황정민은 2707만 명을 동원하며 3위에 올랐다. ‘서울의 봄’(1185만 명)에서 전두광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였고, ‘베테랑2’(752만 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 명) 등의 흥행을 일궜다. 황정민은 팬데믹 전후를 통틀어 최고의 흥행 배우라 할 만하다. 지난 2017년 영화 ‘군함도’로 ‘누적 관객 1억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이전까지 이를 달성한 주연급 배우는 송강호뿐이었다. 당시 황정민은 “과분한 영광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게 배우의 소임이자 역할이라 생각하며 연기 생활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런 그의 소신은 팬데믹에도 꺾이지 않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인질’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한복판에서 개봉된 영화였다. 이런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기복 없는 연기력과 작품 선구안이 황정민의 롱런 비결이다.

데뷔 32년 차로 접어든 정우성도 충무로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의 봄’을 비롯해 ‘헌트’(435만 명), ‘강철비2: 정상회담’(179만 명) 등 2020년 이후 주연작 5편을 선보였다. 도합 1873만 명을 모았다.

박정민은 팬데믹 시대 이전과 이후의 위상이 가장 달라진 배우다. 2020년 이후 그가 주·조연에 참여해 극장에 걸린 작품만 7편이고, 누적 관객 수는 1841만 명이다. ‘밀수’(514만 명)로 가장 많은 관객과 만났고 ‘하얼빈’(491만 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순이었다. ‘얼굴’(107만 명), ‘1승’(32만 명) 등 비교적 저예산 작품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고, ‘헤어질 결심’(191만 명)에는 조연으로 참여했다. 톱5에 포함된 유일한 40대 배우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병헌이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명), ‘어쩔수가없다’(294만 명) 등 주연작 5편으로 1572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았고, 현빈은 ‘공조2’와 ‘하얼빈’ 두 편 만으로도 1189만 명과 만났다.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은 “관객들은 극장에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연기력과 보장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믿는 안정감 있는 배우들의 작품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000만 영화 한두 편이 티켓파워를 결정짓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박정민의 톱5 진입은 반갑고 그의 현재 활약은 독보적이다. 다만 30대 이하 주연배우가 딱히 떠오르지 않고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것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시대극 불패’… “왕보다 민초 연기할 때 마음 편해”
■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역사 속 이야기, 공감대 자극
한국 영화계 불황은 씁쓸해”

“왕보다 민초를 연기할 때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하하.”

‘시대극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배우 유해진은 신작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를 내놓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해진(사진)은 그의 이름 석 자를 알린 영화 ‘왕의 남자’(1230만 명)를 비롯해 ‘택시운전사’(1218만 명), ‘1987’(723만 명), ‘봉오동 전투’(478만 명) 등 유독 시계를 과거로 돌리면 흥행 성적이 좋았다. 가장 최근 출연한 사극인 ‘올빼미’(332만 명)에서 그는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아 곤룡포를 입었다. 그리고 지난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에서는 단종(박지훈)의 유배지 영월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유해진은 “‘왕의 남자’를 촬영할 때는 엄청 더웠다. 돌바닥에 누워있곤 했는데, 옷차림이 주는 심리적 자유로움이 있다. 민초가 제게 더 맞는 옷”이라며 “사극에 출연하면 흥행이 더 잘 되는 편인데, 솔직히 그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역사 속 이야기가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큰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인물로 기록됐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는 엄흥도의 묘비, 동상도 같이 모셔져 있다. 이 때문에 “재미 요소를 집어넣다 보니, 혹시 너무 희화화되진 않을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는 유해진은 “자기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린 왕을 모셨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이다. 그 뭉클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초반부에는 가벼운 묘사가 필요했던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드라마로 눈 돌리지 않고 영화에 몰두한 유해진은 침체에 빠진 충무로가 침몰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젓는 일꾼이다. 팬데믹 이후 공개한 주연작만 7편이다. 손해 본 작품도 딱히 없다. ‘왕과 사는 남자’ 역시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고지를 밟았다. 설 연휴를 고려할 때 손익분기점(260만 명)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현 영화계를 바라보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오랜 기간 영화밥을 먹고 살았고, 사람들이 극장에 많이 찾을 때는 참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 씁쓸하다”고 운을 뗀 그는 “나 혼자 배불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큰돈을 벌기보다는 투자한 분들에게 손해를 끼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면서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잘 될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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