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0만원’ 현대차 로봇개 ‘스팟’, 6년째 다크팩토리 보안팀 역할 ‘톡톡’

정경수 2026. 2. 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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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출하 기체 6년째 현장 운용
초기 비용 1.4억원
연간 비용 환산하면 연 2000만원대 수준
로봇 눈으로 오일 잔량 판별
방사선 오염 샘플도 직접 채취
2033년 시장 규모 8조원 이를 전망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로봇 전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르빗 AI’를 활용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지난 2019년 상용화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초기 기체들을 포함해 6년째 산업 현장에서 실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초기 모델을 구입했을 경우 연간 하드웨어 비용은 2000만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스 박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프로덕트 매니저는 5일(현지시간) 열린 웨비나에서 “스팟은 2019년 상용화 이후 초기 도입된 기체들도 현재까지 고객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기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팟 기본형의 가격은 7만4500달러(약 1억900만원)로, 주로 연구실이나 초기 테스트 용도로 설계됐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조작용 로봇 팔 ‘스팟 암’, 360도 지도 제작을 위한 라이다 센서, 고급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추가로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총 도입 비용은 약 10만달러(약 1억46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본 가격은 2019년 출시 이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장비에서 장기 운용 자산으로…산업 현장 인식 변화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로봇이지만, 6년이라는 실제 운용 기간에 맞춰 연간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하드웨어 비용은 연간 약 2000만~2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연간 운영·유지 비용(O&M)을 포함하더라도 총 투입 비용은 3000만원 안으로 추산된다.

아만다 고나노 보스턴다이나믹스 오르빗 프로덕트 디렉터는 “고객 사례를 기준으로 스팟 도입에 따른 투자 회수 기간(ROI)은 통상 2년 이내에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근거로 설비 이상을 조기에 감지해 예기치 못한 다운타임을 예방하고, 음향 센서를 활용한 압축공기 누설 감지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며, 안전·보안 점검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 이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각) CES 2026 미디어데이에서 빅히트 소속 신인 K팝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고(Go)’에 맞춰 약 3분간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정경수 기자
스팟을 키운 공통 SW ‘오르빗’

하드웨어 내구성뿐만 아니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공통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오르빗’의 성능도 스팟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고나노 디렉터는 “이번 오르빗 5.1 신버전에서는 기존 AI 시각 점검 기능을 한 단계 확장한 ‘학습형 오르빗 AI 시각 점검(AI VI)’을 도입했다”며 “고객이 점검 항목을 추가할수록 모델이 더 빠르게 개선되고, 오르빗이나 스팟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팟의 가동을 멈추지 않고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점은 산업 현장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오르빗 플랫폼은 스팟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나노 디렉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역시 오르빗을 핵심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 현장에서 먼저 활용되고 있는 스팟이 반복적이고 고품질의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데이터가 향후 아틀라스 등 차세대 로봇의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AI 고도화 이어지며 핵시설 해체 현장으로 확장

기동성과 데이터 처리 능력을 겸비한 스팟은 점검을 넘어 보안·안전 영역으로까지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웨비나에서는 기존 열화상·누설 감지 수준을 넘어, 유리관 속 오일 잔을 % 단위로 판독하는 ‘사이트 글라스’ 점검 사례가 소개됐다. 디지털화되지 않았던 설비까지 AI 시각 점검 대상으로 끌어들여,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방식이다.

유지보수팀을 넘어 ‘보안팀’으로의 활용 사례도 늘고 있다. 제스 박 매니저는 “로봇을 24시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공장 비가동 시간에 스팟이 시설을 순찰하는 ‘야간 보안’ 활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시간과 구역을 설정하면 야간에 현장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보안팀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산하 공기업 셀라필드 핵시설에서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방사선 오염 지역 표면 샘플을 원격 채취하는 시험 운용 장면. [셀라필드 제공]

지난 4일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산하 공기업 셀라필드는 스팟을 활용해 방사선 오염 지역 표면을 직접 채취하는 시험 운용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셀라필드는 위험 구역에 스팟을 투입해 사람이 수행하던 샘플 채취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했으며, 작업자 방사선 노출을 줄이면서도 해체 작업의 속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팟의 성장세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스팟 시장 규모는 2024년 5억8400만달러(약 8500억원)로 추산되며, 2025~2033년 연평균 28.7% 성장해 2033년에는 53억7000만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는 연구개발비와 수작업 생산이 반영돼 가격이 높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 단가는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며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숙련 인력 대비 효율이 훨씬 높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 투입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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