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에 막힌 위험한 욕망 끝내 복수로 치닫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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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의 고전 '폭풍의 언덕'은 1847년 발표 후 지금까지 8번이나 영화화됐다.
영화라는 매체 장르가 생겨난 이후로 '폭풍의 언덕'은 스크린에 지속 소환돼 세기를 거치면서도 새롭게 해석돼 왔는데, 이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각 시대의 감수성을 투사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 이 영화가 작동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 영화 '바비'의 바비를 연기했던 마고 로비는 '폭풍의 언덕'에선 20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캐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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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원작소설 8번째 영화화
주연 마고 로비 열연 돋보여

에밀리 브론테의 고전 '폭풍의 언덕'은 1847년 발표 후 지금까지 8번이나 영화화됐다. 영화라는 매체 장르가 생겨난 이후로 '폭풍의 언덕'은 스크린에 지속 소환돼 세기를 거치면서도 새롭게 해석돼 왔는데, 이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각 시대의 감수성을 투사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 이 영화가 작동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026년판 '폭풍의 언덕'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폰을 잡은 에머럴드 피넬 감독은 마고 로비를 주인공으로 세워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최근 언론 시사회에서, 고전소설의 외피를 쓰고 성(性)을 전면화한 논쟁작 '폭풍의 언덕'을 살펴봤다.
요크셔의 외딴 저택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몰락한 명문가의 주인 언쇼가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매 맞던 고아 소년(제이컵 엘로디)을 자신의 언덕 위 저택으로 데려온다. 주인공 캐서린(캐시, 마고 로비)은 말수 없는 소년에게 '히스클리프'란 이름을 붙여주고, 엇비슷한 나이의 두 사람은 함께 성장하며 상대를 '영혼의 쌍둥이'로 여긴다. 시간이 흐르며 성에 눈을 뜬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와 궁핍한 삶의 무게감 속에서 캐시는 혼인을 두고 갈등한다. 캐시와 하녀 넬리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히스클리프는, 캐시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속에 절망하며 언쇼가의 저택을 떠난다.
떠나버린 히스클리프를 1년간 기다리던 캐시는, 인근 마을의 신흥 귀족 린턴의 구애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히스클리프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외톨이 하인 신분으로 갈 곳 없던 히스클리프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부를 거머쥐었고, 아예 언쇼의 저택을 사들인 소유주였다. 히스클리프는 린턴의 아내가 된 캐시 주변을 맴돌면서 두 사람의 삶을 흔들기 시작한다. 마치 복수하려는 듯이, 그러나 아주 정중하고 말없이. 지독한 사랑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 '폭풍의 언덕'은 원작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구체적인 성애 묘사가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천박하진 않은데, 그 이유는 피부색을 닮은 저택의 벽지, 인형과 미니어처, 손 모양의 부조, 깨진 계란 등 암호처럼 느껴지는 상징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히스클리프 역을 맡은 제이컵 엘로디의 압도적인 외모와 그가 보여주는 광기 어린 복수극의 표정도 '폭풍의 언덕'을 봐야 할 이유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배우 마고 로비의 대표작을 갈아치울 것만 같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 영화 '바비'의 바비를 연기했던 마고 로비는 '폭풍의 언덕'에선 20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캐시가 된다. 배우들의 연기와 상징적 미장센은 흠잡을 곳이 없다. 11일 개봉.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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