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민감 정유·항공사 실적 널뛰기 우려…투자자·금융기관 설득 부담
수출·자본집약 산업 적자폭탄 경계령
"선제적 손상차손 인식 추세 나타날 것"
투자리스크 및 노사 갈등 확대 가능성
기업들, 점검 및 프로세스를 변경 대응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민홍섭 진산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내년부터는 손상차손과 환율 때문에 어닝쇼크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한 회계 담당자는 내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변화할 새 회계기준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손상차손과 환차손익이 영업이익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되면서 실제 사업 환경과 무관하게 실적이 급변할 수 있다”며 “분기마다 실적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설득하는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회성·환차손 비용 영업손익으로…‘적자 폭탄’ 경계령
IFRS 18의 핵심은 영업이익 범주의 확대다. 그동안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던 외화 환차손익, 자산 매각 손익, 일부 일회성 비용 등이 영업손익에 포함되면서 실적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환율이 급변하거나 자산가치의 변화가 생길 경우 기업의 실제 영업 환경과 무관하게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급증하는 현상이 일반화되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대규모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더 크게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손상차손이 대표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에만 배터리 사업 탓에 무려 4조6573억원의 영업외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포드 자동차와 ‘블루오벌SK’ 합작법인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주요 공장들의 자산을 재평가하며 발생한 손상차손이다. 손상차손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실제 가치가 장부상 금액보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을 때, 그 차액을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481억원의 영업이익과 6조2685억원의 영업외손실을 기록했는데, 새 회계 기준인 IFRS 18에 따르면 6조원에 달하는 적자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산업군에서는 올해 미리 손상차손을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항공업체들은 항공유를 비롯해 공항사용료, 정비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마다 48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인식한 환차손만 1158억원에 달한다. 이를 새 회계 기준으로 반영하면 영업이익이 4131억원에서 2973억원으로 확 줄어들게 된다.
원유를 100% 수입해 정제한 후 판매하는 정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42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735억원의 환차손을 기록했다. 사업 특성상 달러부채 비중이 높은 탓에 환율 상승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1550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원유를 달러로 도입하기 때문에 환차손익 영향이 타 사업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변경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PM 공시 의무화…투자 리스크·노사갈등 가능성
내년부터는 유리한 숫자만 골라 쓰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본업 수익성을 강조하기 위해 감가상각비나 일회성 비용을 뺀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주요 지표로 소통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로 규정하고 실제 영업이익과 어떻게 다른지, 왜 산출했는지를 투명하게 입증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민홍섭 진산회계법인 회계사는 “공시 확대에 따라 회계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비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합리적인 MPM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오해와 저평가 요인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계약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투자계약에는 일정 재무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재무 약정(Covenant)’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이익의 정의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약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말 수익성이 악화로 회사채 재무약정을 위반한 적이 있다. 당시 사채권자를 소집하고 특약을 조정해 재무부담을 덜었는데, 내년부터는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수익성 변화 없이도 약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 갈등이 확대될 여지도 크다. 특히 성과급 제도의 개편과 조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이 영업이익이 변화에 따라 노사 간 이견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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