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엔 체중 줄면 근육도, 면역도, 삶도 줄어든다”

윤성철 2026. 2. 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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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 Again] Pre-시리즈 ③ 영양: 체중 감소와 BMI
나이가 들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된다. 특히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빠질 때는 더 문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6개월간 2~3kg 이상 체중이 줄었습니까?"

다이어트도 안 했는데 살이 빠지면 좋은 거 아닐까? 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렇게 답한다. "아닙니다. 그것은 프레일티(frailty, 노쇠 老衰)의 시작입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노쇠 예방을 위해 진행해온 '기본 체크리스트'('基本チェックリスト) 25문항 중 영양 부문은 단 2문항뿐이다. 하지만 이 2문항이 당신의 5년 후를 결정한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1200만 명 노인에게 이 질문을 던지며 영양 프레일티를 조기에 포착해왔다.

한국은 어떨까?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정작 '내 체중 감소가 위험한가'를 판단할 전국 표준조차 없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측정할 뿐이다.

코메디닷컴의 [Vital Again] Pre-시리즈, 세 번째는 일본 기본체크리스트의 '영양 상태' 영역을 살펴본다.

2~3kg, 생각보다 위험한 숫자

일본 기본 체크리스트 영양 부문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

【영양 상태】

• 지난 6개월간 2~3kg 이상 체중이 줄었습니까?

• BMI가 18.5 미만입니까? (※ BMI = 체중(kg) ÷ 신장(m²))

이들 2문항 중 1개라도 해당되면 '영양 프레일티 가능성'으로 판정한다. 2개 모두 해당되면 '즉각 영양 상담 필요' 단계다.

왜 6개월 2~3kg인가? 이는 의학적으로 '체중의 5% 이상 감소'를 의미한다. 60kg이면 3kg, 70kg이면 3.5kg이 5%다.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가정의학과)가 진행했던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에서도 "6개월 5% 이상 체중 감소 환자는 5년 후 사망·요양 위험이 5배"라고 했다.

체중 감소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살이 빠진다는 건 근육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근육이 줄면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단백질 결핍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고, 활동량이 감소하며, 결국 프레일티(노쇠)가 본격화하는 구조로 악순환된다.

BMI 18.5 미만, '마른 것'과 '영양 부족'은 다르다

두 번째 질문은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다. 계산법은 간단하다. 체중(kg)을 신장(m)으로 두 번 나누면 된다.

일본은 왜 18.5를 기준선으로 삼았을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18.5 미만은 '저체중(underweight)'이다. 노년기에는 비만보다 저체중이 더 위험하다는 게 일본의 판단이었다.

BMI 18.5 미만이면 이는 근육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뜻이고 이는 근감소증 위험을 높이다. 또 골밀도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골절 위험이 커진다. 이는 감염 저항력이 낮다는 뜻으로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수술 후에 회복이 늦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체중 상태가 위험한 이유다.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 등 노년의학 전문가들이 "혈액검사에서 알부민 수치가 낮으면 영양 프레일티 고위험군"이라며 "체중 감소와 알부민 저하가 함께 나타나면 즉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주는 것은 그래서다.

도쿄대 이이지마(飯島) 교수 "영양은 프레일티 회복의 연료"

2025년 3월, 일본 NHK는 프레일 특집에서 도쿄대 이이지마 카츠야(飯島勝矢) 교수를 소개했다. 그는 10년간 프레일티 연구를 이끈 이 분야 전문가다.

이이지마 교수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프레일티는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영양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치현 니요도가와초(仁淀川町) 사례에서 92세 노인이 3개월 만에 보행 속도를 개선한 비결도 운동만이 아니었다. 매 운동 후 단백질 간식(요구르트, 견과류)을 제공했다. '근육을 쓰면 반드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권장하는 노인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0~1.2g이다. 60kg이면 하루 60~72g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식욕이 떨어진 노인은 이를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은 영양 보충 프로그램을 전국 보건소에서 운영한다. 관리영양사가 1대1로 식단을 점검하고, 단백질 보충제를 무료 배포한다.

한국은 '체중계조차 없는' 경로당이 태반

우리는 어떨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에 체중·신장 측정은 있다. 하지만 '6개월 전 후 체중 변화'를 추적하는 시스템은 없다.

동네 보건소에서 "6개월 동안 체중이 3kg 빠졌는데 위험한가요?"라고 물으면 "그냥 적게 드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영양 상담은커녕 문제인지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경로당은 더 심각하다. 체중계가 비치된 곳조차 드물다. 경로당에 체중계를 놓아 달라고 요청해도 "왜 필요한가요?"라는 반응이다.

결국 한국의 60, 70대는 '내 체중 감소가 정상인가, 위험한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자신이 영양 프레일티 단계에 들어섰는지조차 모른다.

'나는 괜찮을까?'…매월 1일, 체중계에 올라가세요

다시 일본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6개월간 2~3kg 이상 체중이 줄었습니까?"

만약 최근 들어 옷이 헐렁해지고, 벨트 구멍을 한 칸 더 조였다면? 그것이 바로 신호다. 지금 당장 체중계에 올라가 보라. 6개월 전과 비교하고, BMI도 계산해 보라. 체중이 줄었고, BMI가 18.5 미만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주의'하며 영양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일본이 20년간 증명했듯, 영양 프레일티는 가장 조용히 찾아오지만,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음 [Vital Again] Pre-시리즈 ④에선 일본 '기본 체크리스트'의 네 번째 영역 '구강 기능'을 다룬다. "고기 씹기가 힘드신가요?"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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