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삼성 공장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 경영진 도청한 헝가리 사찰 보고서 논란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에서 운영 중인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기준치의 510배가 넘는 발암 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 관리가 허술했음에도 삼성이 이를 방치·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FP는 9일 헝가리 매체 ‘텔렉스’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러한 내용은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삼성 현지 경영진 등을 도청·감시한 ‘사찰 보고서’ 유출을 계기로 알려졌는데, 헝가리 정권이 국가 경제 악영향과 정치적 타격 등을 우려해 공장 폐쇄 등 정부 차원의 조치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텔렉스 등 헝가리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성은 2023년 3월 기준치를 200배 이상 초과한 유해 물질 중독 사고가 발생했다고 헝가리 당국에 보고했다. 헝가리 현지에선 이미 2022년을 전후해 이 같은 사례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괴드 공장 인근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 측근들에겐 이 시점부터 “삼성이 공장 내 중독 사고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당국과 공유하지 않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가기 시작했다고 텔렉스는 보도했다. 실제 2022년 공장 직원 2159명 중 857명을 조사한 결과 98명의 체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화학 물질이 발견됐다고 한다.
니켈·코발트·망간 등이 함유된 유해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평균 2.4마이크로미터에 최적화돼 있었는데 실제 공장에서선 0.3㎛ 크기의 분말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기준치의 510배에서 1000배가 넘는 측정 기록이 있음에도 삼성이 헝가리 정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텔렉스는 보도했다. 공장 곳곳에 검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고도 했다.
삼성 공장 실태는 헝가리 정부가 삼성 임원 등을 도청·감시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사찰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됐다. 해당 보고서는 헝가리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도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렉스는 “헝가리 헌법 보호국은 2022년 말까지 삼성 내부의 상당한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헝가리 당국이 삼성 임원 등의 전화 통화, 이메일, 문서 등을 광범위하게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국무회의에서 일부 장관은 삼성 공장 폐쇄를 주장했으나 대부분 장관은 “헝가리에 대한 삼성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당시 삼성은 배터리 공장 증설이나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었는데, 헝가리 이외의 후보지로 체코나 폴란드도 살펴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헝가리 정권이 삼성의 투자 이탈과 지지층 동요를 우려해 즉각적 조치를 망설였다고 텔렉스는 보도했다.
2022~2023년 헝가리 현지에선 각종 언론의 보도로 삼성 공장 주변의 유해 물질 확산 가능성이 어느 정도 화제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삼성은 당시 공장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의 엔지니어를 헝가리 현지로 파견하고 공기 필터 등 장비를 가져오는 등 공조 시스템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고 텔렉스는 보도했다. 삼성 측은 텔렉스가 보도한 ‘검은 먼지’와 관련, “유해 물질이 아니라 흑연이며, 헝가리 환경 규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데일리뉴스헝가리 등이 보도했다.
2023년 삼성 괴드 공장은 생산 최고 기록을 지속적으로 경신했고 고용 규모는 8000명에 이르렀다. 2024년 헝가리 지방선거에선 배터리 공장이 있는 대부분 지역에서 삼성 등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오르반의 집권당 ‘피데스’ 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다. 오르반은 지난해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는 자가 미래를 얻을 것”이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삼성·SK 등 한국 대기업에서 수조 원대 투자를 유치, 현지에서 막대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 10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 5곳이 헝가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헝가리 경제가 독일 등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이 2016년부터 헝가리에 조성한 배터리 공장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교두보로, BMW·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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