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인프라, 실용적 건설방안] 전력망ㆍSOC 공동건설 논의 본격화

신보훈 2026. 2. 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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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뚫을 때 전력망 함께 짓자”
주민 수용성 높여 공기ㆍ비용 절감 기대

영종국제도시와 신도를 연결하는 도로 건설 현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만성적 공기 지연에 시달리는 전력망을 교통 분야 사회간접자본(SOC)과 함께 건설하는 새로운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도로ㆍ철도 등 주요 국가기간망을 구축할 때 전력망을 공동건설함으로써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관련예산도 줄이는 국토 인프라의 실용적 건설 방향의 모색이다.

9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력망을 간선 도로ㆍ철도 등 주요 SOC와 공동으로 건설할 경우 개별적으로 추진할 때보다 20∼40%의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6월 한국전력이 발주해 국토연구원과 영인에너지솔루션이 7개월간 수행한 것으로,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용역 보고서는 전력망과 SOC 공동건설이 전력망 적기 건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송전선로를 도로ㆍ철도와 같은 선호시설 노선에 병행 설치함으로써 주민들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고,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공동건설의 경제적 효과는 시범사업에서 증명된 바 있다. 한전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23년 말 협약을 체결해 ‘군북∼가야 국도’ 8.3㎞ 구간 중 6.8㎞를 송전선로와 함께 건설하는 시범 추진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은 개별 건설 대비 약 17개월 줄고, 932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민수용성을 제고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중복 시공ㆍ용지 보상비 등을 절감한 덕분이다.

다만 공동건설의 효과는 기존 교통망보다 신규 노선 시 극대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위해선 계획ㆍ설계 단계부터 관계부처 및 기관이 신규 노선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전력망ㆍSOC 통합적합성 평가(가칭)’를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 전에 수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자체와의 협력모델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한전은 경기도와 함께 ‘용인∼이천 구간(지방도 318호선)’ 도로와 전력망을 공동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기사업 성과에 따라 향후 경기도 내 SOC 공동건설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최재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ㆍ인공지능ㆍ데이터센터 등 전력 집약형 미래산업이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전력망 인프라 확충의 시급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전력망을 교통 SOC와 공동건설해 공간ㆍ시간ㆍ재정 측면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국가 인프라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국토연구원

신설 도로ㆍ철도 공동건설 시 경제효과 커…사회적 수용성도↑

전력수요 급증…2038년까지 송전선로 6만1000㎞ 필요
SOC 공동건설시 수용성 문제 완화…공기ㆍ비용 감소 효과

전문가 10명 중 9명 “공동건설 필요”
시범사업 통해 실현 가능성ㆍ경제사회적 효과 측정해야

전력망과 교통 SOC(사회간접자본)의 공동건설 방안이 논의되는 이유는 전력설비 구축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ㆍ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는 ‘기피시설’로 인식돼 건설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민 선호 인프라를 전력망과 함께 건설해 사회ㆍ경제적 시너지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9일 한국전력의 ‘제11차 장기 송ㆍ변전 설비 계획’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만5000㎞인 송전선로와 906곳의 변전소는 2038년까지 각각 6만1000㎞ㆍ1297곳으로 늘려야 한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예측한 미래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345㎸ 기준 송전선로 건설의 표준공기는 9년이지만, 주민 반대와 지자체 인허가 지연으로 실제로는 평균 13년씩 소요되고 있다. 심한 경우 사업 기간이 20년을 넘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국내 발전설비 용량이 495% 증가하는 동안 송전망 확충은 14%에 그쳤다.

전력망 건설 지연의 핵심요인은 주민 반대다. 전력설비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지자체 인허가가 어려워지고, 공기가 지연돼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호시설인 도로·철도망을 함께 건설하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중복 굴착ㆍ토지보상비 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국가 전체으로도 경제적ㆍ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공동건설은 기존 교통 SOC에 전력망을 붙이는 것보다 새로운 노선 때 함께 기획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회에서 “이미 운영 중인 도로ㆍ철도 구역에 선로를 추가하는 것은 시공의 제약과 법적 한계가 많다”면서도 “신규 SOC 건설 시 초기 설계 단계부터 통합계획을 수립하면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주민 수용성 확보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로 신설 계획조사 및 예비 후보노선 선정 시 송전선로 경과지를 함께 검토해 공동건설의 시공성ㆍ경제성ㆍ안정성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노선이 일치하는 구간은 도로 토공부ㆍ절토부 횡단면에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개념이다.

그래픽: 김경미 기자

실제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인천공항 영종대교 건설 당시 도로와 철도ㆍ송전선로를 동시에 구축해 공기와 공사비를 절감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력망과 SOC를 사업 계획단계부터 공동건설하면 345㎸ 기준 공사비의 20%, 154㎸ 기준으로는 최대 41%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연구위원은 “공동건설이 실현되려면 사업 계획 단계부터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전력망ㆍSOC 통합적합성 평가”라며 “모든 SOC 사업을 전력망에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가려는 신설 사업만이라도 전력망과 통합적합성 평가를 진행하면, 계획 단계부터 공동건설의 편익을 따져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프라 전문가들도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했다. 국토연구원이 전력ㆍ도로ㆍ철도 관련 분야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는 “공동건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신규 SOC 사업과 연계할 경우 84%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전은수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력망과 도로 등을 공동건설하면 보상 비용을 줄이고, 주민수용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긍정적”이라며 “지금까지는 한전이 개별사업 단위로 추진했는데, 앞으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단위 계획별로 체계적으로 공동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변전건설사업자인 한전에서도 관련 논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광직 한전 전력망입지처장은 “국가 경제의 핵심인 AI와 반도체 산업의 공통분모는 결국 전력망”이라며 “송변전 설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적기에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SOC 공동건설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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