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없는 선수 중 상금 1위?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할래요”
11일 사우디서 시즌 출발, LPGA는 19일 泰서
작년 상금랭킹 전체 8위, 한국 선수 중 1위
“새시즌 키워드는 ‘기대’…또 계속, 끝까지 도전”

‘우승 없는 선수 중 상금 1위’. 칭찬인 것 같으면서도 달갑지는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혜진(27·롯데)이 이 수식어의 주인공이다.
2022년 미국 진출 후 네 시즌을 보내면서 약 620만 달러(89억 5000만 원)를 벌어 우승이 아직 없는 선수들 중에 통산 상금 1위다. 2025시즌 상금 랭킹은 8위(약 215만 달러). 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 우승자인 사이고 마오(일본) 바로 다음 순위이고 한국 선수 중에서는 ‘상금퀸’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승만 없을 뿐이지 잘하고 있다’와 ‘우승 기회가 오는데 마무리가 부족한 선수다’ 두 의미 중에서 어느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근 만난 최혜진은 “아무래도 우승을 아직 못 했을 뿐이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제가 정말 못했더라면 우승 기회가 이렇게 많이 오지도 않았을 거니까요.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못 잡으면 더 이상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어쨌든 꾸준히 기회가 오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우승을 했던 선수이고 그런 경험들이 있으니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톱10에 아홉 번이나 든 최혜진은 그중 두 번이 준우승이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메이뱅크 챔피언십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으나 1타를 잃고 연장에 끌려가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에게 우승을 내줬다. 경기 중반부터 티샷이 눈에 띄게 흔들렸고 마지막 홀에 2m쯤 되는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게 뼈아팠다.
최혜진은 “차분하게 갔어야 했는데 많이 흔들렸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어떻게 보면 그날 이븐파만 쳤어도 되는 거였어요. 하지만 마음처럼 안 되는 거니까. 마지막 날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는데 중간에 보기가 나오면서 그만….”
메이뱅크 대회가 LPGA 투어 데뷔 후 가장 아쉬웠던 준우승이라고 말한 최혜진은 우승권에 들었다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돌아선 일이 잦은 편이라는 얘기에 “꼭 우승을 다툰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매 라운드에 아까운 상황들은 늘 일어나고는 한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생각하면 머리만 아플 뿐”이라고 했다.
3년 연속 대상(MVP)에 통산 11승이나 거뒀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절을 떠올리면 최혜진에게 ‘무승’은 더 어색해 보이지만 빅 리그에서 매년 기복 없는 경기력을 이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최혜진은 “기회가 온 우승을 잡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한 해 그래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최혜진은 국내 투어 시절에도 부상을 거의 모르는 선수였다. 그는 “매일 골프를 쳐야 하는 직업이니까 아예 안 아플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이 쓴 곳이 좀 불편해지거나 하는 경우는 있어도 어디가 크게 아팠던 것은 없다. 운동을 꾸준히 해온 게 도움이 됐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어릴 때부터 볼을 많이 치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런 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부상이 비교적 적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돌아봤다.
올해 LPGA 투어 5년 차에 들어가는 최혜진은 ‘미국 오기를 잘했다’ 하는 순간을 평소에도 자주 느낀다고 한다. “일단 연습 환경, 코스 컨디션이 달라요. 물론 한국도 좋죠.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코스 컨디션과 세팅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길고 잦은 이동이 쉽지는 않은데 정말 다양한 선수들이랑 경기를 한다는 게 또 장점이고요. ‘한국에만 있었다면 내가 이런 샷, 이런 기술까지 구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배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외로움’을 언급했더니 “늘 같이 다니는 매니저분, 캐디, 트레이너 선생님이 있어서 괜찮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정이 이어지고 그렇게 매주 하다 보니까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게 있다. 외로움을 잊을 수 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겨우내 베트남에서 2026시즌을 준비한 최혜진은 11~1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PIF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올해 첫 대회 삼는다. 주무대인 LPGA 투어 첫 출전 대회는 19일 태국에서 시작되는 혼다 LPGA 타일랜드다. ‘우승 없는’ 꼬리표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최혜진처럼 우승 없는 선수 중 상금 1위를 달리다 지난해 드디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얘기를 꺼내자 최혜진은 “저도 꾸준히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우승이라는 게 본인이 정말 너무 잘 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다음 우승 기회가 왔는데 또 못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또 똑같은 얘기들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또 계속, 끝까지 저는 할 겁니다.”
최혜진은 새 시즌 키워드로 ‘기대’를 꼽았다. “작년에 성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니 그것을 토대로 새 시즌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성장의 느낌이 새 시즌 경기에 많이 묻어 나오고 그래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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