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잘 엮은 우리 고장 문화, 사람과 돈 부른다[‘누구나 창업’ 시대]

이성희 기자 2026. 2.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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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창업, 쇠락한 원도심에 활력
빈집 즐비하던 공주 제민천 일대
‘마을 스테이’로 상권 살아나고
양조업 뿌리내린 군산 월명동
‘술 익는 마을’ 조성해 브랜드화
(주)퍼즐랩 권오상 대표가 ‘마을 도슨트 도보 투어’ 신청자들에게 제민천 인근의 오래된 상가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투어에서는 충남 공주 원도심에 남아있는 옛 유적지와 건축물은 물론 마을에 새롭게 정착한 청년들의 창업공간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퍼즐랩 제공
충남 공주시 중학동 제민천 마을 슬로크루즈(커뮤니티 호텔)에서 열린 소규모 단체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퍼즐랩 제공

충남 공주시 중학동 제민천 일대는 불과 8년 전만 해도 빈집이 즐비했다. 장사하던 가게들도 문을 닫기 바빴다. 그러나 요즘 제민천 주변은 공실이 없다. 근처에서 가게를 하거나 살림집을 얻으려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인구 감소 지역인 공주의 원도심에서 벌어진 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공동체 기반 사업)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제민천 일대의 변화는 로컬 창업가인 (주)퍼즐랩 권오상 대표(50)가 2018년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문 열면서 시작됐다. 경기관광공사에 다니던 권 대표가 터를 잡은 후 인근 노포와 지역 예술가들의 공방·갤러리, 책방 등 원도심에 흩어진 공간은 물론 지역민 커뮤니티까지 연결하는 ‘마을스테이’(마을 리조트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 상권이 살아나고 이주 청년들도 늘어난 것이다. 마을스테이는 “마을을 관광지로 소비하기보다 주민 생활공간에 머물면서 지역과 교류하고 마을의 일상을 여행하는 총체적인 경험”이라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재미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그가 2019년 설립한 퍼즐랩은 “단순히 공간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일상과 문화, 사람과 자원을 엮어내는 ‘마을경험 설계’ 회사”를 표방한다. 퍼즐랩은 이곳에서 봉황재와 같은 숙박시설 4곳 외에도 마을안내소와 코워킹스페이스(작업공간), 체스넛프렌즈(베이커리 카페) 등 공간 8곳을 운영하며 지역 다른 상점들과 연계해 축제나 팝업스토어 등을 기획한다.

외부인 대상으로 원도심 근처 옛 유적지 및 이주 청년들의 창업공간 등을 둘러보는 마을 도슨트 도보 투어와 지역살이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장시간 방치된 건물을 찾아 리모델링해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도 한다.

권 대표는 “예전에는 상권과 관광지가 별도였지만, 지금은 유명한 가게 2~3개만 있어도 최소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고 SNS 등을 통해 외국인들도 금방 알고 찾아가는 세상”이라며 “당장 매력적인 가게들이 생기면 상권화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주)지방이 운영하는 양조장 ‘흑화양조’ 뒤 정원에서 관광객들이 술지게미를 이용한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지방 제공
전북 군산 월명동 일대를 ‘술 익는 마을’로 조성하는 (주)지방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술빚는 주말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 제공

로컬 창업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문화 등을 활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정부는 최근 창업 중심 사회로의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테크 창업과 로컬 창업을 두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주)지방 조권능 대표(43)도 권 대표와 같은 로컬 창업가다. 그가 운영 중인 지방은 국내 최초의 지역관리회사다. 조 대표는 “연예인 소속사처럼 생각하면 된다. 조그만 브랜드나 지역 점포의 부동산 매니지먼트부터 공간 기획, 콘텐츠 개발까지 상권 자체를 운영·관리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군산 토박이인 조 대표는 군산 월명동 일대를 ‘술 익는 마을’로 조성하고 있다. 군산이 일제강점기 쌀을 발효시켜 술을 만드는 양조업이 뿌리를 내린 곳이었던 만큼 지역 유산을 콘텐츠로 브랜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그는 양조장(흑화양조)은 물론 남은 술을 발효시켜 목욕하는 스파공간(모락), 마을호텔(후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양조장에서 탁주를 비롯한 다양한 술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도 있으며, 술지게미로 족욕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일대에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빨래방이 있으며, 술잔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도자기 공방과 술 빚는 체험 공간 등도 마련돼 있다.

조 대표는 “술을 제품화시켜서 전국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마을은 술 관련 콘텐츠로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조성하는 것”이라며 “로컬 창업이라면 3차 서비스 산업을 흔히 생각하지만, 지역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2차 제조업과의 연결성이 있어야 제품 수출처럼 향후 사업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자원과 기술이 연결돼야만 로컬 창업이 꽃을 피운다”며 “자원만 활용해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자원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술도 같이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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