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뜨거운 안녕’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잠실체육관, 별들이 채웠던 별별 추억

최창환 2026. 2. 1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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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대한민국 농구의 메카’ 잠실체육관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BL 출범 후 가장 많은 올스타게임이 열린 장소였던 만큼 KBL은 농구 팬들이 잠실체육관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달 18일 ‘굿바이 잠실’이라는 테마로 2025-2026시즌 올스타게임을 개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 구절이 울려 퍼지니 새삼 잠실체육관에서의 올스타게임과 관련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억은 기록이 되고 기록이 쌓이면 기억이 된다’라고 했다. 잠실체육관에서 열렸던 올스타게임의 특별했던 순간을 농구 팬들도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추억을 화보로 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미스터 올스타
지금은 국내선수를 통해서도 인유어페이스 등 화려한 덩크슛을 볼 수 있지만, KBL 출범 초기 기술이 가미된 덩크슛은 대부분 외국선수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특히 워렌 로즈그린은 KBL 팬들에게 덩크슛에도 난이도가 있다는 걸 보여준 첫 번째 사례였다.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360도 덩크슛, 윈드밀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덩크 콘테스트에서만 빛났던 게 아니다. 1998-1999시즌 2쿼터에만 7개의 야투(이 가운데 5개가 덩크슛이었다)를 모두 넣으며 MVP와 덩크 콘테스트 우승을 싹쓸이했고, 1999-2000시즌에도 두 타이틀을 독식했다. MVP, 덩크 콘테스트 우승 모두 2년 연속으로 차지하는 건 앞으로도 다시 보기 힘든 기록이지 않을까.

거침없이 테크니컬파울
심판이 선수로 나서고, 감독이 심판을 맡으며 ‘역지사지’의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2003-2004시즌 올스타게임에서는 본 경기에 앞서 손지창, 박형준 등으로 구성된 연예인 농구단 베니카와 심판이 맞대결하는 이벤트게임이 펼쳐졌다. 이때 10개 팀 감독이 각각 심판을 맡아 휘슬을 불었다. 특히 전창진 감독은 항의를 멈추지 않는 선수를 향해 거침없이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2002-2003시즌에 이어 또다시 감독들이 선수로 출전, 선수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KBL, CBA 슈퍼스타들이 한자리에?
KBL 올스타게임만 열렸던 게 아니다. KBL은 2004-2005시즌부터 3시즌 동안 CBA와의 한중 올스타게임을 개최했고, 양국의 슈퍼스타들은 자존심을 걸고 이른바 ‘빡겜모드’를 발동했다. 당초 KBL은 일본이 포함된 한중일 올스타게임을 기획했지만, 당시 중국의 반일 감정이 컸던 데다 CBA가 일본 농구를 인정하지 않아 한중 올스타게임이 최종 성사됐다.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1경기씩 치렀으며, 2004-2005시즌과 2005-2006시즌 홈경기는 잠실체육관에서 열렸다. 특히 초대 한중 올스타게임에서 김승현과 크리스 랭이 구사한 2대2는 알고도 못 막는 KBL 올스타의 최대 무기였다. 초대 대회 1차전 MVP로 선정됐던 김승현은 “랭, 나이젤 딕슨 등 다른 팀 외국선수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더 재밌었다. 언론에서 나와 류웨이를 라이벌 구도로 만들었는데 그건 인정하기 싫었다. 그저 슛 잘 던지는 정도의 선수였지 않나(웃음)”라며 돌아봤다.

희대의 뽀뽀 사건
올스타게임 역대 최다득점은 리 벤슨이 2006년에 작성한 62점이다. 무려 29개의 야투, 5개의 자유투를 넣으며 당시 최다 기록(김영만 1997-1998시즌 44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하지만 벤슨의 올스타게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키워드는 최다득점이 아닌 채연이다. ‘나 나나나~ 나나나나나나♪’라는 훅으로 유명한 ‘둘이서’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 중인 가수였다. 채연이 축하 무대 도중 드림팀 벤치 부근으로 향하자, 광고판에 앉아있었던 벤슨은 불쑥 입술을 내밀며 뽀뽀를 시도했다. 올스타게임에서 보기 드물게 관중들의 함성과 야유가 한데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후 더 이상 채연의 축하 공연을 볼 수 없었다.

god 제6의 멤버
지금은 국내선수, 외국선수를 가리지 않고 축제를 즐기지만 출범 초기 국내선수들은 무대에 나서는 걸 즐기지 않았다. 나이트클럽은 즐기면서 코트에서 춤추는 건 부끄러워했다. 올스타게임의 흥을 돋우는 건 대부분 외국선수들의 몫이었다. 2004년 힙합 그룹 원타임이 ‘HOT 뜨거’를 부를 때 앨버트 화이트, 제이슨 윌리엄스, 앤트완 홀이 즉흥적으로 무대에 나선 건 내가 본 올스타게임 축하 공연 중 최고의 장면이었다. 2000년에는 국민그룹 god가 히트곡 ‘애수’를 선보이자, 레지 타운젠드가 안무를 즉석에서 따라 해 즐거움을 안겼다. 사진만 보면 박준형보다 호흡이 잘 맞는 외국인 백댄서다.

김선형의 3년 연속 MVP, 그 속에 숨은 에피소드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로즈그린의 2년 연속 MVP 등극은 국내선수에 의해 경신됐다. 김선형은 2012-2013시즌부터 3년 연속으로 MVP에 선정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불멸의 기록이다. 2년 연속 MVP를 차지했던 자밀 워니가 2025-2026시즌에 도전하는 듯했지만, 출전을 포기하며 타이 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김선형이 3년 연속 MVP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었다. 라건아는 2014-2015시즌 올스타게임에서 당시 최다인 23리바운드를 따냈고, 내심 MVP를 기대했다. “MVP 김선형”이 호명되자, 라건아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라건아는 이후 한동안 공식 인터뷰에서 단답으로 일관하며 취재진을 향한 서운함을 표출했다. 유재학 모비스(현 현대모비스) 감독도 “라틀리프가 삐치면 엄마가 와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일화가 알려지자, 모비스 팬들은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라건아를 위한 올스타게임 MVP 트로피를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라건아의 마음은 그렇게 눈 녹듯 녹아내렸다.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 그래서 누군데?
특별 공연은 올스타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별책부록 같은 코너다. 박찬희와 이정현은 데뷔 전 2PM의 ‘Heartbeat’ 무대를 통해 첫인사를 남겼고, 박광재는 원투와 함께 ‘자~엉덩이’를 함께 선사하며 끼를 발산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이뤄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관중석을 술렁이게 만든 무대도 있었다. 2015-2016시즌에 있었던 일이다. 하프타임에 무려 101명의 소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코트를 채웠고, 이후 처음 듣는데도 중독성이 강했던 노래를 선보였다. 당시 Mnet에서 런칭을 앞뒀던 ‘PRODUCE 101’ 출연자들이었다. 이들의 데뷔 무대가 바로 KBL 올스타게임이었던 것. 기자석에서도 서로 “누구야?”라며 확인하기 바빴지만, 아직 첫 방송도 나가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모를 수밖에. 정신 바짝 차리고 봤다면 세정이랑 사진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 기자 생활의 오점 가운데 하나다.

‘최최종 마지막 승부’ 주연 : 나이트 신스틸러 : 유도훈
2025-2026시즌 올스타게임은 10개 팀 감독이 모두 참여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었다. 출범 후 처음으로 감독 전원이 KBL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시즌이었던 만큼, 감독들도 다양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감독들이 선수들을 대신해 투입된 2쿼터에 흘러나온 ‘마지막 승부’가 지겹지 않았던 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잠실체육관에서 이 노래를 듣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 말이다. 아, 그래서 제목이 ‘마지막 승부’였나. 양동근 감독은 3점슛 콘테스트에서 3점슛을 4개 연속 성공하며 환호를 받은 가운데 스테픈 커리의 전매특허인 노룩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문경은 감독, 전희철 감독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낸 가운데 3점슛을 모두 실패한 유도훈 감독은 다른 의미에서 ‘신스틸러’였다. WKBL에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앙탈 챌린지를 시도, 어깨를 흔들고 손가락까지 깨문 것. 유도훈 감독의 앙탈챌린지 쇼츠 영상은 조회수 60만을 돌파했다. 이번 KBL 올스타 이벤트 중 단연 최고 조회수다. 작전타임에서 명언을 여러 차례 만들었던 ‘쇼츠형 감독’다웠다. ‘굿바이 잠실’의 주인공은 네이던 나이트였다. 47점 17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활약, 소노 소속으로는 최초의 올스타게임 MVP로 선정됐다. 어시스트 1개 차이로 올스타게임 3호 트리플더블을 놓쳤지만, “내 인생에서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며 잠실체육관에서의 마지막 올스타게임 MVP 소감을 남겼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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