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 단체관광객, 안 와도 그만"… 日 관광업계 '한일령' 공포 지우고 체질 개선

도쿄(일본)=이경 2026. 2. 10.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춘제 앞두고 중국인 공백, 한국・대만이 메워
코로나 거치며 현지 생산 늘어난 탓... 중국인 소비에도 변화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의 유명 관광지인 아사쿠사를 방문하고 있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5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일본 관광업계에는 묘한 긴장감과 평온함이 교차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사실상의 '방일 자제'령을 내리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과거 사드(THAAD) 사태 당시 중국의 '한한령' 보복을 경험했던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이번 '한일령(限日令)' 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하고 있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현지에서 접한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의외로 반응이 덤덤했다. 일본은 지금 위기를 오히려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는 '인바운드 구조 개혁'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수치상 '중국 쇼크'는 현실화됐다. 작년 12월 방일 중국인 수는 약 3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3%나 급락했다. 하지만 일본 전체 관광 시장은 침몰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한국인 관광객은 약 85만 명으로 전년보다 7.3% 늘어났고, 대만(약 45만 명)과 동남아 주요국도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소비력이 큰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12개국에서 온 관광객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급증하며 중국의 빈자리를 고단가 지출로 상쇄했다. 덕분에 작년 한 해 전체 방일객 수는 4270만 명, 소비액은 9조 5000억 엔(약 88조221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하늘길과 바닷길의 풍경도 급변했다. 큐슈의 관문인 후쿠오카항은 1월 한 달간 중국발 크루즈선 9척이 '코스 변경'을 이유로 기항을 취소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후쿠오카 공항의 중국 노선 역시 주 57편에서 25편으로 반토막 났다. 중국 국제항공을 비롯한 3대 국영 항공사가 일본 노선 운휴를 10월까지 연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일본은 타이거에어 타이완 등 대만·동남아 LCC 노선을 고치와 같은 지방 공항까지 확대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노선이 끊기면 즉시 다른 국가의 전세기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다.

소비의 질적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과거 중국인들이 상점 물건을 닥치는대로 쓸어담았던 '폭구(爆購, 爆買い)'는 이제 옛말이다. 재팬쇼핑투어리즘협회(JSTO) 신쓰 겐이치 대표는 "코로나 시기 일본 기업들이 중국 현지 생산과 수출을 확대한 결과, 이제 중국인들은 굳이 일본에서 보따리상처럼 아무 물건이나 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신쓰 대표는 "과거의 폭구가 지인 배포용 선물 위주였다면, 현재는 자신만을 위한 고부가가치 소비로 바뀌었다"며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가게에 몰려와 만쥬 1개만 사고 나가는 모습은 과거 일본인이 유럽 여행을 가서 느끼던 소비 패턴과 닮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명품이 귀하던 시절 파리와 밀라노에서 '싹쓸이 쇼핑'을 즐겼던 일본인들이, 일본 내 유통망 확충 이후 현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가치 소비'로 돌아선 것과 같은 이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인 매출 비중이 높았던 특정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토의 명물 화장품 브랜드 '요지야'는 작년 12월 중국인 고객 수가 43% 급감하며 전체 내점객이 16%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오히려 '건강한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후쿠오카의 한 호텔 관계자는 "중국 단체 예약이 30% 빠졌지만, 그 자리를 대만과 한국의 개인 여행객들이 더 높은 객단가로 채우고 있다"며 "오히려 특정 국가에 휘둘리지 않는 인바운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은 현재 중국의 보복을 관광 체질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재방문객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일본의 대응은 여전히 외부 변수에 취약한 우리 관광 산업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일령이라는 외풍 속에서도 일본 관광이 순항하는 이유는,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다각화된 수요층과 냉정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