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잡 뛰던 20대 미용 실습생, ‘직무 전환’ 후 대기업 사원됐다
중장년 평균 49세에 직장서 은퇴
청년층은 10명 중 3명이 비정규직… 나이 상관 없이 인생 2막 준비해야
산업설비-AI전자과 등 입학하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에 도움 돼

강원 춘천시에 사는 이동호 씨(41)는 최근 삼양식품 원주공장 설비 담당 직원으로 새 출발을 했다. 라면을 튀길 때 들어가는 팜유가 흐르는 공장 배관 등을 관리하는 업무다. 이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IT 기업에서 엔지니어와 기술 영업을 맡아 10여 년간 산업용 제어 컴퓨터를 설치, 관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IT 업계 특유의 짧은 직무 수명과 불투명한 승진, 긴 통근 시간 등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 씨는 아내의 권유로 2년 전 한국폴리텍대 춘천캠퍼스 산업설비과(2년제)에 입학했다.
● “중장년 재취업도 취업 분야 경력이 중요”

청년층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8월 기준 20, 30대 임금근로자 811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57만 명(31.7%)으로 늘었다. 이 같은 비중은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과 중장년 모두 ‘한 번의 취업’으로 생애 전반의 직업을 설계하기엔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씨는 한국폴리텍대 재학 동안 에너지관리기능장, 공조냉동기계기사, 위험물산업기사 등 9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마다 학습법이 달라 교수님을 찾아다니며 공부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취업은 쉽지 않았다. 10곳 넘게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이 씨는 “기업은 채용할 때 결국 경력을 본다. 직무를 완전히 전환했기 때문에 취업 분야와 관련된 경력이 전무하고 나이도 많은 편이라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격증 같은 정량적인 요소도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실무 경력을 쌓기 위해 방학 등 여유 시간을 활용해 직접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중장년 재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설비 담당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과 대학에서 설비 기계를 직접 다뤄본 경험 등을 인정받아 입사할 수 있었다. 이 씨는 “규모가 큰 회사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설비, 기계가 다양해 배움의 기회도 많다”며 “현장에서 몸으로 배우고 원리를 공부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 헤어디자이너서 공무원-대기업 직원으로
특성화고 미용과를 졸업한 원솔 씨(30)는 약 10년간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헤어디자이너는 영업에 따라 급여가 들쑥날쑥했고 경쟁도 매우 치열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원 씨는 미용실을 그만두고 경북 구미에 있는 공장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단순 반복 업무에 곧 싫증을 느꼈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고 싶어 한국폴리텍대 구미캠퍼스 인공지능(AI)전자과에 입학했다.
그는 재학 중 정보처리기능사와 산업안전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또 교수의 추천으로 공무원 지역인재 9급(방송통신) 시험을 알게 됐고, 1년간의 준비 끝에 합격해 현재 발령을 앞두고 있다. 원 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대학에 입학하기에는 29세라는 나이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래를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며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다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 관계자는 “인생 2모작을 계획하는 중장년도 취업 시장 현황과 자격증, 급여 등을 잘 따져가며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 취업 시장에서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는 취업이 잘되는 편이고 타워크레인 운전기능사는 첫 월급이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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