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작권 소송… 빅테크들 손 들어주는 美 법정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2. 1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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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vs 작가 연합 재판 가보니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제미나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필립 버턴 연방 청사 내 연방법원의 한 법정. 미국 작가 연합이 메타에 제기한 저작권 소송 심리가 열리고 있었다. 앞서 작가들은 메타가 AI(인공지능) 라마를 학습시키면서 약 19만권의 불법 복제물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에서 빈스 차브리아 판사는 메타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작가 측 변호인단에 “(집단소송을 승인하기엔) 답변이 부실하다” “이대로 집단소송을 하면 (패소 가능성이 커서) 다른 작가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美 빅테크에 유리한 판결

결국 이날 판사는 “비슷한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자”며 재판 연기를 주장하는 메타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집단소송이 받아들여지면 메타의 배상금 액수가 급증하는데 유보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까지 미국 법원의 AI 관련 저작권 소송은 빅테크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이런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상황과, AI 기술 성장을 지지하는 정부 기조가 재판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AI 학습 자료의 저작권 관련 재판 결과가 최근 하나둘씩 나오는데, AI 학습을 위한 콘텐츠 이용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주된 판단이다. 저작권자 허락 없이 특정 상황에서 저작물을 이용해도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비평·논평·보도·교육·학술 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정 이용 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또 AI의 답변이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참고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응용하거나 변형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적법한 콘텐츠라도 불법적인 경로로 저작물을 취득했다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책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불법 다운로드한 부분에 대해선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앤스로픽이 권당 3000달러 수준으로 총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그래픽=백형선

◇빅테크, 자본력 무기로 로비

법조계에선 미 정부 차원의 AI 기술 육성 기조가 법원의 저작권 침해 판단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변호사는 “특히 빅테크 본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빅테크에 유리한 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미 빅테크의 막강한 자본력도 유리한 판결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메타와 미 작가들의 재판에서 피고인 메타 측에는 변호인 8명이 참석했다. 차브리아 판사가 메타 변호인단을 향해 “(변호인단) 규모가 계속 커진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주요 빅테크는 미 워싱턴에도 사무실을 꾸리고 정부·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법정 바깥 로비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현지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는 2024~2025년 로비 비용으로만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썼다.

미국 법원 판단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AI 관련 저작권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럽연합, 영국, 일본 저작권법에는 정보 분석 등 목적이라면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의 면책’이 있지만, 미국과 한국에는 이 같은 조항이 없어 앞으로 AI 활용이 많아질수록 관련 소송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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