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톱밥 먹는 중입니다] [15] 일자리가 사라질 때 선진국의 대화법

류호정 목수, 前 국회의원 2026. 2. 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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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AI가 왔다. AI는 일을 쉽게 만든다. 동시에 일자리를 위협한다. 2025년 말부터 아마존은 AI 기반 체계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사이 3만명에 이르는 사람을 해고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AI발 해고’가 본격화한 셈이다. 충격적인 사건이라 말할 수 있을까? 글쎄,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하다.

재난이다. AI 덕분에, 아니 때문에 산업 전환을 맞는 사람이 늘었다. 인류 편의를 위한 첨단 과학 기술은 고용을 흔든다. 고용이 동요하면 소비가, 소비가 동요하면 내 일감도 요동친다. 가구가 안 팔리면 다 무슨 소용인가. AI 풍파에도 안전하리라 여겼던 ‘목수’도 걱정하는 수밖에 없다.

예고된 재난이어야 한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두고 화끈한 구호가 오갔다. 금속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100만 조합원을 가진 총연맹과, 5000만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했던 말들이다. 어쩌란 거지?

산업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일정표다. 석탄화력발전소 사례가 있다. 기후 위기로 화석 연료를 때는 발전소가 닫히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발전소가 있던 지역의 경제는 흔들린다. 발전소를 언제 폐쇄할지, 재교육과 재배치는 어떻게 할지, ‘로드맵’이 있어야 관계된 모두가 내 ‘삶’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사정에 사회적 대화를 요구했다. 소외되는 노동자를 줄이기 위한 노동조합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원청뿐만 아니라 1차·2차 하청 구성원들까지 포함해 산업 전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했다.

시시해 보일까 무섭다. 그런데 그게 해답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 방침일 수 없다. 노동자 이익을 증진할 수 없으니까. “피할 수 없다”는 정부 방향일 수 없다. 국민 편익을 제고할 수 없으니까. 노조와 정부의 역할은 굴러오는 수레를 구경하는 게 아니다. 수레가 지나갈 길을 정비하고, 깔려서 다칠 사람을 줄이는 거다. 기업 또한 “강성 노조가 막는다”로 묻어갈 수 없다. 더 큰 비용이 온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전환 속도, 고용 안정 장치, 재교육·전직 경로, 하청 연쇄까지를 포함한 대책을 꺼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갈등 조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게 민주주의 아닌가.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AI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대응 방안을 핵심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도 ‘사람이 버려지진 않겠구나’ 하는 최소한의 안심을 줬으면 좋겠다. 노사정 대표는 책임 있게 협의하고, 합의하라. 모두가 다 아는 ‘어쩔 수 없음’을 솔직히 진언하고, 대화를 시작하라. 구호가 아닌 일정표와 예산표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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