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진도 군수 "처녀 수입"…여성 상품·위계화 검은 민낯 아닌가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의 "스리랑카 베트남 처녀 수입" 발언은 혐오와 차별의 구조화된 언어다. 실언이 결코 아니다.
첫째, 여성의 상품화 문제다. "처녀를 수입한다"는 표현은 여성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처럼 취급한다. 여성은 거래 가능한 수입품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발언이다.
나아가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명백한 여성의 도구화다. 여성의 역할을 '농촌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존재'로 한정하고 있다. 인간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
둘째, 특정 국가 여성에 대한 위계적 인식이다.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여성을 농촌 총각과 결혼할 수 있는 대상으로 지목한 발언에는, 이들 국가 여성은 더 낮은 조건에서도 결혼할 것이라는 편견이 내포돼 있다.
이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adie Said·1935~ 2003)의 '오리엔탈리즘'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사이드는 서구가 동양을 미개하고, 순종적이며, 지배 가능한 존재로 여겨왔다고 분석했다.
김 군수의 인식 구조도 유사하다. 동남아 여성은 가난하고 순종적이며, 한국 농촌에 와서 결혼해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특정 지역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셋째, 당사자의 주체성 삭제 문제다. 발언 속에서 외국 여성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를 가진 개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필요에 따라 이동시키는 객체로 등장한다.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여성 집단을 '투입'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인간, 특히 여성을 개별 인격체가 아닌 인구 관리의 구성 요소로 보고 있다.
넷째, 농촌 남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김 군수의 발언을 뒤집으면 농촌 남성을 국내에서는 결혼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직 저개발국 외국 여성과의 결혼이 해결책이라는 왜곡된 전제를 강화한다. 농촌 남성을 사회적으로 열등한 집단으로 낙인 찍고 있다.
김 군수의 공개 발언은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독일 형법의 '민족선동죄'(Volksverhetzung)는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모욕하거나 증오를 선동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나치 시대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에 대한 혐오와 비하 표현을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죄로 인식한다.

김 군수의 발언은 한·베트남 우호 관계에도 얼음 물을 끼얹었다.
매년 450만~500만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방문한다. 외국인 방문객 중 1위다. 베트남에 20만 명의 한인이 거주 중이며, 한국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27만 명 살고 있다.
베트남 국적 이민자 4만5천 명, 이주 노동자 15만 명이 한국의 생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베트남인도 연간 44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의 3대 교역국이다.
김 군수의 혐오 발언은 양국 관계에 깊고도 아픈 상처를 남겼다.
베트남에는 국민영웅, 혁명 순교자들이 있다. 1940년대 프랑스 식민통치에 맞서 게릴라 전을 펼치다 체포돼 총살 당했던, 16살 어린 소녀 '보 티 사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에 이어 남베트남 부패 정부, 미국에 대항한 '긴 머리 군대(Long-Haired Army)'의 지휘관 응우엔 티 딘 장군도 있다. 그들은 남편에 이어 장남, 차남, 3남까지 모든 아들을 프랑스, 남베트남, 미국과의 해방 전쟁의 제단에 차례로 받쳤다.
100여 년 베트남 해방 전쟁사에는 이 위대한 여성 전사들의 피와 눈물,애국 혼이 살아 숨쉬고 있다. 김 군수가 감히 수입 운운할 여성들이 아니다.
진도에는 왜덕산이 존재한다. 고군면 내동마을 인근 언덕이다. 이 산에 1597년 명량대첩에서 전사한 일본 수군의 시신을 주민들이 수습해 묻은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산 이름이 왜군에게 덕을 베푼다는 뜻의 왜덕산이다. 진도는 죽고 죽이는 참화 속에서도 아량과 포용을 펼친 아름다운 섬이다.
지금, 진도 군수의 발언으로 400년 간 이어 온 장엄한 포용의 전통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죄를 어찌할 것인가.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