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최대 야당 ‘중도개혁연합’ 여성·청년 표심 못 잡고 참패

중의원 해산에 맞서 승부수 냈지만
입헌민주당·공명당 시너지 못 내
낮은 40대 미만 지지율 ‘패배 요인’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창당한 최대 야당 중도개혁연합은 기존의 3분의 1 미만으로 의석수가 쪼그라들며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전격적인 중의원 해산 승부수에 맞서 신당을 급히 꾸렸으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존속이 위태로워졌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도개혁연합은 전날 치러진 총선 결과 중의원 전체 465석 중 4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선거 공시 전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합산 의석인 167석에서 118석이 줄어든 것이다. 전국 289개 소선거구 가운데 중도개혁연합이 이긴 지역구는 7곳뿐이었다.
입헌민주당이 유독 타격을 크게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입헌민주당 중의원 의원 전체 148명 중 144명이 중도개혁연합에 합류했으나 이 중 21명만이 살아남았다. 1969년 첫 당선 이래 57년 동안 자리를 지켜 ‘선거의 달인’이라 불려온 오자와 이치로 의원도 의석을 잃었다.
반면 공명당은 비례대표 명부에 오른 28명 모두가 당선되면서 기존 21석에서 의석이 오히려 늘었다. 공명당이 소선거구 후보자를 내지 않고 입헌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대신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기로 양당이 합의한 결과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지난달 중의원 해산 직전 신당을 창당하면서 외교·안보 등 의제에서 보수 색채가 뚜렷한 다카이치 내각에 맞서 중도 내지 온건 보수·진보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공명당은 지역구별 1만~2만표를, 입헌민주당은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의 지원을 확보하고 있어 접전 지역구 승부에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참패를 당하면서 당내에선 새로운 당 명칭과 정책 지향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원전 제로’를 주장하고 집단적 자위권 인정에 반대했던 입헌민주당과, 지난해 정부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26년간 자민당과 연립해온 공명당이 화학적 결합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입헌민주당이 합당 과정에서 조건부 원전 재가동 등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나 오히려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됐다.
젊은층 지지율이 특히 낮았다. 아사히는 전날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중도개혁연합 지지율이 70대 이상에선 20%대 중반인 반면, 40대 미만 연령대에선 5~8%에 머물렀다. 온라인에서는 당명 발표 등 현장에 참석한 중도개혁연합 간부 5명 가운데 청년, 여성이 없는 것을 두고 휴대전화 통신망 ‘5G’에 빗대 ‘5지이’(일본어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말)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아사히는 중도개혁연합 내에서 “존속을 위태롭게 여기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해 당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당 내 공명당 비중이 늘면서 입헌민주당 측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개혁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와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사의를 표했다. 중도개혁연합은 오는 18일 소집 예정인 특별국회 전까지 새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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