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빨리 개헌 국민투표”…다카이치 ‘더 센’ 보수 드라이브

‘헌법 개정 찬성’ 의석 수 395석
자위대 명기 등 헌법 개정 확실
‘비핵’ 재검토 등 안보 우경화는
역사 문제와 더불어 논란 불씨
야스쿠니 참배엔 “환경 정비”
“성장 투자” 적극 재정 추진도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을 이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력해진 정치 기반을 바탕으로 일본을 ‘보통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외교안보 정책과 그동안 공언해온 ‘책임 있는 적극 재정’ 등을 과감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오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빠르게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각오”라고 강조했다.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 명기 등을 추진할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의 의석수를 합하면 395석으로, 중의원 개헌안 발의선인 전체 의석 3분의 2(310석)를 훌쩍 뛰어넘는다. 자민당은 자체 의석인 316석만으로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다만 개헌을 실현하려면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자민당·일본유신회의 의석은 과반에서 5석이 모자란 상태다.
개헌 외에도 비핵 3원칙(핵무기 비제조·비보유·비반입) 재검토, 국기훼손죄 및 스파이방지법 제정,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 개정 등 우파색 짙은 안보 정책이 국내외에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는 중요한 정책 전환으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하면서 안보 강화, 인텔리전스(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 등을 차례로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면서 “3대 안보 문서를 조기 개정하고 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문제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이후엔 참배 대신 공물 대금만 사비로 봉납하는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후지TV 인터뷰에선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우선 동맹국과 주변 국가들에 제대로 이해를 얻어야 한다”면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22일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날’ 행사에 장관급 인사를 보낼지도 관심사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까지 차관급인 정무관을 행사에 보내왔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장관급인 대신이 출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기존보다 높은 직급의 각료를 행사에 보내면 한·일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다.
미·일관계는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를 공개 지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엑스에서 “일·미 동맹이 양국과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미·일, 미·일·필리핀 관계,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확인했다. 반면 중·일관계는 보수적인 외교안보 정책 탓에 더욱 얼어붙을 우려가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적극 재정, 소비세 감세 등 경제 정책을 밀어붙일 기반이 마련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NHK 개표방송에 출연해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확실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세 감세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당파를 넘어선 국민회의를 만들어 논의하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다만 현재 8%인 식품 소비세를 면제하면 연간 약 5조엔(약 46조7000억원)의 세수가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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