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등 돌리고, 조국도 발목…‘합당 부메랑’ 정청래, 삼중고 속 선택지는

정윤성 기자 2026. 2. 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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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합당 반발 속 ‘쌍방울 변호인’ 논란도 겹쳐…겹악재 속 리더십 시험대
합당 강행 시 극한 내홍, 무산 시 리더십 치명타…10일 의총 분수령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전격적인 제안 이후 당내 반발이 연일 분출하며 내홍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조국 혁신당 대표가 설 연휴 전까지 입장을 정리하라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합당 논의는 정 대표의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양상이다.

동시에 민주당 지도부가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의 쌍방울 측 변호인을 추천한 것을 계기로 당청 관계 역시 한층 냉각되는 흐름이다. 당청 간 이상기류가 이미 여러 현안을 거치며 누적돼 온 상황에서, 합당의 향방에 따라 정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공은 당원에게 돌리고 과는 제가 안고 간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정 대표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서도 "당의 인사 검증 실패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는데 이날 재차 사과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단에 속했던 전준철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했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인물로, 이 대통령 측은 해당 수사 과정에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사건 변호인이 특검 후보로 추천되자 당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청와대 역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특별검사 인선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정치적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다만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언론 보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 당청 간 미묘한 긴장 기류는 유지되는 분위기다.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내부서 지도부에 "집권 야당 폭주 멈춰야"

정 대표가 서둘러 사과에 나선 배경에는 이번 사안이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과 맞물리며 자신의 리더십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를 중심으로는 당 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을 특검 후보로 올린 것이라는 의심이 이미 제기된 상황이다. 여기에 합당을 사전에 기정사실화했다는 이른바 '밀약설', 관련 문건 유출 논란, 청와대와의 신경전, 정 대표의 '자기 정치' 논란까지 겹치면서 당내 불만이 누적돼 왔다. 특검 추천 논란은 그동안 쌓여온 갈등에 사실상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합당 논란과 분리해 보지 않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은 "갑작스러운 합당 추진 발표, 1인 1표제 중앙위원회 투표 감시 의혹, 2차 특검 후보 추천 등에 대한 논란은 개별 사안이 아니다"며 당내 신뢰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전 변호사를 특검으로 추천한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도 촉구했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민주당 지도부를 아예 '집권 야당'으로 규정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탈선한 당권 기관차의 폭주를 멈추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를 둘러싼 현 상황이 단순한 현안 갈등을 넘어 지도력의 시험대에 오른 국면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돌파구는 결국 합당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더십을 둘러싼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 대표가 야심차게 꺼내든 합당 카드마저 무산될 경우, 당내 입지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합당이 좌초될 경우 정 대표가 추진해 온 다른 현안들 역시 연쇄적으로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반발·명청 갈등·조국 압박 '삼중고'

문제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기에는 당내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최근 초선·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간담회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합당 추진을 위한 물밑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여론은 여전히 찬반으로 팽팽히 갈려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당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고, 정 대표 책임론이나 사퇴론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조국 대표가 8일 "13일까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답변이 없으면 합당은 없는 것으로 하곘다"며 합당 중단까지 거론하며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조 대표는 "합당하지 않고 별도의 정당으로 선거 연대를 이룰 것인지, 선거 연대도 하지 않을 것인지, 또는 하나의 정당 안에서 가치와 비전을 경쟁을 할 것인지 명확하게 선택해달라"며 구체적 선택지까지 제시했다.

당장 정 대표 앞에 놓인 리더십 리스크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합당 시점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시나리오다. 당내 반대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속도 조절' 명분을 내세울 경우,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리더십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추진했던 합당 관련 전당원 여론조사를 일단 보류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신중론을 염두에 둔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 대표가 지방선거 이전 합당을 통해 당내 주도권을 강화하고, 이를 발판 삼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까지 목표로 했던 만큼 합당 시기가 늦춰질수록 이 같은 구상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오는 10일 열릴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반발을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을지, 동시에 조국 대표의 최후통첩에 대한 당의 입장이 정리될지도 이날 논의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합당을 지지하는 친청계 의원들의 규모 역시 적지 않은 만큼, 반대 여론 못지않게 찬성 의견이 확인될 경우 지방선거 이전 합당 추진을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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