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요동친 日 채권시장…韓 장기물 금리도 꿈틀 [시그널]

이덕연 기자 2026. 2. 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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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트레이드 본격화]
■닛케이·국채금리 동반 상승
부채비율 229%에도 적자국채 강행
日 10년물 금리 2.29%까지 치솟아
韓·美 국채금리 급등 가능성 경계
다카이치 “위기관리·성장 대거 투자”
“닛케이 6만엔까지 오를 것” 전망도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증권사 앞에서 9일 한 시민이 닛케이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그리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공언한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채권시장 금리는 곧바로 상승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재정 확대에 나서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수급이 흔들려 중장기적으로 채권 가격이 약세(금리 상승)를 보이게 된다. 글로벌 채권금리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일본 채권시장이 흔들리자 우리나라의 장기물 국채도 가격이 뛰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다만 일본 주식시장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나 아베 신조 정권 출범 당시와 같은 강한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9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065% 오른 2.290%를 기록했고, 신규 발행 5년물 국채 수익률은 1.73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하자 시장이 국채 발행 증가와 이에 따른 채권 가격 약세를 예상하고 반응한 것이다. 자민당은 총선에서 중의원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10석을 웃도는 316석을 얻었다.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의석수를 합하면 352석이다.

일본의 재정은 장기간에 걸쳐 확장적이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적자국채 발행도 서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다카이치 내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18조 3034억 엔(약 17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이 중 64%를 웃도는 11조 6900억 엔(약 109조 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229%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부채비율이 높은 이탈리아(136%)를 크게 웃돌지만 시장은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중산층 지지를 끌어모은 핵심 공약인 각종 감세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을 확인한 직후인 8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라며 “특히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확실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나에노믹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일본 증시는 장중 처음으로 5만 7000선을 넘어섰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는 전체 종목의 약 80%가 상승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전략산업으로 힘을 싣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에너지 관련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JP모건은 닛케이지수의 연말 전망을 기존 6만 엔에서 6만 1000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과거 자민당이 단독으로 296석을 확보했던 2005년에는 선거 후 120거래일 동안 닛케이 주가가 평균 26% 상승한 바 있다.

엔저(低)와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요인이다. 다카이치 내각의 확장재정은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동조화(커플링) 경향이 큰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날 달러당 엔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41% 하락한 156.59엔에 마감하며 소폭 약세를 보였다. 당초 시장 예상과는 달리 일본 외환 당국이 연이틀 외환시장에 경고한 게 영향을 미쳤다. 미무라 아쓰시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해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채권시장이 요동치자 국내 채권시장도 경계감이 높아졌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bp=0.01%포인트) 오른 연 3.27%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75%로 4.4bp 상승했고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4bp, 0.3bp 올랐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3.3bp 오르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본 채권시장은 글로벌 채권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일본의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중장기적 상승 압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낮은 가격)에 상품을 일부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 급등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주는 등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비중 조절 시 현재는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많았다면 일본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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