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화재 참사 비껴간 수원 노후 고시원… 여전한 소방시설 사각

마주영 2026. 2. 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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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건 “불이야” 외침뿐

거주자 “밤이라면 다 죽었을듯”
창문 없고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2명 화상·9명 옥상 고립후 구조
실내에 버린 담배꽁초 원인 추정

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한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 나 2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의 내부 모습. 2026.2.9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야간에 불났으면 다 죽었을 겁니다.”

9일 정오께 수원시 고등동의 한 고시원 앞에서 만난 김정남(가명·70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화재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고시원 건물 3층에 거주하는 김씨는 문밖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들었다.

방 내부에 있던 그는 곧장 문을 열었지만, 고시원 복도에는 연기가 자욱한 상태였다. 수건으로 입을 막고 뛰쳐나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없어 밤에 화재가 났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17분께 3층짜리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 나 2명이 크게 다쳤다. 60대 남성 A씨가 전신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건물 관계자인 60대 남성 B씨도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9명은 옥상에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7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주민들의 증언처럼 해당 고시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방에는 창문도 없었으며 내부 소방설비는 일부 소화기만 배치됐을 뿐 화재 경보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018년 7명이 숨진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정부가 노후 고시원에 대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등 대대적 정비에 나섰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발생한 셈이다.

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한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 나 2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의 외부 모습. 2026.2.9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현장에서 만난 최초 신고자이자 목격자인 유모(60대)씨는 “방 안에 있는 환풍구로 검은 연기가 들어왔다. 건너편 방에서 매캐한 냄새 등이 나서 문을 열어 보니 검은 연기가 확 나오면서 불길이 나타났다”며 “고시원 원장과 거주자 등이 함께 화재가 난 방의 거주자를 끌어냈고, 곧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26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해 펌프차 등 장비 30여 대와 소방관 등 60여 명을 투입했다. 이후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은 A씨가 실내에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화재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같은 고시원 입주민들 역시 A씨가 평소 흡연을 자주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층 객실 내 쓰레기통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화재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불이 난 객실에 있던 60대 남성은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 지장 없고 의식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마주영·고건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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