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명절 코 앞인데 월급 무소식”…속타는 홈플러스 직원들

홍준기 기자 2026. 2. 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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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두 차례 나눠 지급하더니
1월 급여 절반만 예정…불안감 증폭
자녀 학비·생활비 걱정 태산
경영진 “지급일 지키긴 어려워”

직원들 “청춘 바쳐 일했는데 씁쓸”
노조 “정부가 문제 해결 나서야”
▲ 9일 낮 12시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홈플러스 인하점에서 직원들이 상품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딸이랑 사위한테 오지 말라고 했어요."

설 연휴를 한 주 앞둔 9일, 인천지역 한 홈플러스 점포에서 일하는 A(59)씨는 다가올 명절을 떠올리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금 흐름이 악화된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급여를 두 차례 나눠 지급한 데 이어, 지난 1월 급여는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들쑥날쑥한 월급날에 홈플러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명절 분위기 대신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원래라면 내일모레쯤 설 상여금이 들어와야 한다. 상여로 썼어야 하는 돈을 카드로 우선 쓰고 있지만, 카드 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내 매장이라 생각하고 청춘을 바치며 10년, 20년 일한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이 지금은 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직원들 평균 나이가 55세인데, 이 나이에 퇴사하면 어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 다른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B(60)씨 역시 "예전에 선물 받은 경쟁사 상품권을 써야 할 판"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B씨는 "생활비, 자녀 학비 등 매번 나가야 하는 돈이 있는데 월급이 제때 안 나오니 불안하기만 하다. 설 성수품도 지난번 얻은 이마트 상품권으로 사려고 한다"며 "2월에도 월급이 안 들어오면 그만둔다는 직원들이 많다. 이런 분위기는 점포를 가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9일 홈플러스 인하점 계산대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인천에는 10개의 홈플러스 대형마트와 21개의 익스프레스 등 총 31개 관련 매장이 있다. 이는 17개 시·도 중 경기(143개), 서울(100개)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인부천본부는 인천에선 대형마트 직영 직원(1206명) 등 모두 1300여명 직원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봤다.

제조업과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인천에서 대형 유통업체는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한 축을 맡아 왔다. 이런 맥락에서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 경영 문제를 넘어 인천지역 고용 구조와 직결돼 있으며, 임금 체불이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 경영진 메시지를 내고 1월 급여의 절반을 오는 12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 측은 "현재로서는 2월 급여와 명절 상여 지급일을 지키긴 어렵다"며 "긴급운영자금대출을 통해 재무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유예된 급여와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에게 월급은 생존 문제다.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MBK가 책임을 지고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사 상황이 어려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최소한의 대비도 없었다"라며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버틸 여력이 얼마 안 남았다. 오늘부터 본부장 등 노조 간부들도 청와대 앞에서 진행 중인 무기한 단식 농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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