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9억 털릴 동안…한투증권·국민은행 속수무책

오수영 기자 2026. 2. 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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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억 원이 넘는 돈을, 그것도 13일에 걸쳐 털어가는 보이스피싱이 최근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금융기관들의 사고 방지 시스템은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70세 장 모 씨는 지난달 9억 원이 넘는 돈을 보이스피싱 당했습니다. 

장 씨는 한국투자증권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해 뒀던 돈을 순차적으로 해지한 후 피싱범에게 모두 송금했습니다. 

[이 모 씨 / 장 씨 남편(70세) : 금융감독원 그리고 검찰청을 사칭한 자로부터 연락이 왔고 "사건에 연루가 됐다"라고…] 

한투 PB 직원은 "보이스피싱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상부 보고나 경찰 신고 등 조치 없이 고령 고객인 장 씨 요구 그대로 돈을 은행 계좌로 옮겨줬습니다. 

[한투증권 PB 직원 : 출금을 하러 오셔가지고 "자금 출처 전수조사를 해야 된다"라고 저한테 말씀 주셨거든요.] 

장 씨가 6일 뒤 피싱범 지시를 받고 금융상품을 추가 해지하며 "검찰 조사로 돈을 검수받아야 한다"라고 했을 때도 PB 직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장 씨의 남은 자산 전부를 송금해 줬습니다. 

해당 직원이 장 씨의 국민은행 계좌로 옮겨준 총 9억 4,150만 원을 장 씨가 회당 4,900여만 원씩 22번에 걸쳐 피싱범에게 이체하는 동안, 국민은행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보이스피싱이 매일 송금하도록 피해자를 유도했다면, 장 씨를 속인 일당은 짧게는 이틀 간격을 두고 5천만 원 이하로만 이체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피싱범들이 5천만 원 미만으로 소액 분산 이체를 하면서 대포 계좌 2개를 활용했다"면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의 허술한 점을 알고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포 계좌로 돈을 받았다가 다시 피해자 계좌로 돌려주기도 함으로써 일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도 피해 갔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범죄 일당은 4억 원을 가로챘다가 피해자 계좌로 다시 전액 송금하는 등 대담한 수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선 보이스피싱 사례들과 달리 돈 일부를 실제로 돌려받은 장 씨가 진짜 검찰과 금감원의 자금 조사인 걸로 믿게끔 한 뒤 더 큰돈을 송금받아 간 겁니다. 

결과적으로 고령의 고객이 피싱범에 속아 "금감원 검수"라고 통장 적요에 기입하며 9억 원 넘는 돈을 송금하는 동안 은행 직원 누구도 장 씨를 만류하지 못했습니다. 

금감원은 "한투증권과 국민은행의 대처가 미흡했다"라고 평가했는데, "민원이 접수된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SBS Biz 오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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