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차, 결국 BYD에 밀렸다… ‘중국밖’ 시장서도 4위로 추락

임주희 2026. 2.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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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62만대 판매… 141.8%↑
배터리 등 자체생산 경쟁력 높아
현대차 판매량 증가 불구 역부족


BYD가 중국을 뺀 나머지 시장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3위 자리에 올랐다. 폭스바겐과 테슬라 다음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몸을 일으킴)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중국의 성장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전략을 속도조절하기 시작한 점, 그리고 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침투력이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BYD 돌핀. BYD 제공


업계에서는 BYD의 세계 전기차 ‘톱3’ 진입이 단순한 순위 변화를 넘어 전기차 시장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 전략을 앞세운 중국 업체로 전기차의 시장 중심이 움직임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개발부터 차량 현지 생산까지 전략 전반을 재점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41.8% 급증한 62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로써 BYD는 제조사별 판매량 3위에 올랐다. 1위는 폭스바겐(126만6000대·60.0%↑), 2위는 테슬라(101만대·10.7%↓)였다.

전년도 3위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0만9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BYD에 자리를 내줬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8% 늘었지만, BYD의 성장세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BYD보다 적은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의 급성장은 배터리 내재화 전략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BYD는 자체 배터리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각 지역별 수요에 맞춘 소형차, 상용차 중심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여기에 유럽 헝가리·터키, 동남아 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에서 현지 생산 거점 확대를 병행하며 관세 부담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점도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전체적으로는 선방했으나, 일부 주력 모델의 판매가 둔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판매 증가를 이어가진 못했다고 SNE리서치는 분석했다. 아이오닉5와 EV3가 실적을 견인했고, 기아 EV6·EV9,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등 기존 주력 모델은 판매량이 줄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북미 시장이 위축된 점도 현대차그룹의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북미에서 약 16만6000대를 판매했는데, 만약 미국이 조만간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재인상할 경우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SNE리서치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일부 완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관세 적용 범위가 부품까지 넓어질 경우 미국 내 조립 물량도 비용 압력을 받을 수 있어 라인업 믹스, 가격 전략, 공급망 현지화 속도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글로벌에서 전기차 전환 선두주자로 평가받아온 현대차그룹마저 BYD에 밀린 것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쑤성 롄윈강항에서 브라질 수출용 롤오프 차량 운반선인 ‘BYD 익스플로러 1호’에 실리기 전 BYD 전기차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배터리 내재화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외연을 넓히면서, 전기차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과 투자 부담 사이에서 배터리 합작을 정리하는 등 전략을 재조정하는 사이에,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현지 생산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라인업 확대뿐 아니라 배터리 전략, 현지 생산 체계, 가격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익성과 판매 규모를 동시에 확보한 곳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에서 점차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외 세계 각국에서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는 총 766만2000대로 전년보다 26.6% 늘어났다.

2024년의 경우 판매 증가율이 단 6.0%에 머물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37.7%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425만7000대로 34.9% 증가하며 비중국 시장의 55.6%를 차지했다. 북미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종료 영향으로 5.0% 감소한 173만6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123만3000대로 58.5% 성장했다.

SNE리서치는 “2025년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시장의 동력은 정책 주도 확산에서 수익성, 공급망, 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2026년에도 완만한 성장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관세·규제·인센티브 변화에 따라 지역별 변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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