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하프타임쇼서 '반이민 비판' 메시지...트럼프 "정말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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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펼쳐진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쇼 마지막 장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 가수 '배드 버니'가 남미와 중미, 북미 국가 이름들을 하나씩 읊은 뒤 바닥에 내리꽂은 미식축구공에 써 있던 문구다.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쇼가 미국을 두 갈래로 찢으며 정치적 상징이 됐다.
배드 버니가 특별한 점은 그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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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정치 메시지 두드러지지 않아

'함께, 우리는 미국이다(Together, We Are America).'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펼쳐진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쇼 마지막 장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 가수 '배드 버니'가 남미와 중미, 북미 국가 이름들을 하나씩 읊은 뒤 바닥에 내리꽂은 미식축구공에 써 있던 문구다. 그의 뒤로는 '증오보다 더 강력한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전광판에 떠 있다. 대부분 스페인어로 진행된 그의 공연은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간, 지난해 사망한 미국 보수 인사 찰리 커크가 설립한 단체 터닝포인트USA가 주최하는 자체 하프타임쇼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배드 버니가 "충분히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난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했으며, 가사에는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이 아니야"와 같은 보수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가수 키드 록의 공연이 끝나자 장내는 커크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당시 유튜브 채널 시청자 수는 200만~600만 명 사이를 오갔다.

배드 버니의 슈퍼볼 하프타임쇼가 미국을 두 갈래로 찢으며 정치적 상징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연을 앞두고 온갖 추측과 문화 전쟁 논란, 미국 정치의 긴장된 순간이 빚어낸 전반적인 엄숙함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그러나 공연 자체는 다채로운 즐거움의 폭발이었으며, 라틴 문화의 가장 황홀하고 축제 같은 면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슈퍼볼 하프타임쇼는 13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당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인기 있는 가수만이 설 수 있는 무대로 여겨진다. 올해 단독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배드 버니는 전곡이 스페인어로 된 앨범 최초로 '빌보드200' 1위를 달성했으며, 2025년 기준 누적 20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라틴 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이달 1일 그래미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드 버니가 특별한 점은 그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배드 버니는 지난주 그래미 수상 소감에서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의 폭력적인 이민 단속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ICE는 나가라. 우리는 야만인도, 동물도, 외계인도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미국인이다"라고 외쳤다. 정부 인사들은 배드 버니의 공연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를 뿌리는 끔찍한 선택"이라며 경기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은 터닝포인트USA가 주최하는 대안 하프타임쇼를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진행된 공연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의 공연은 사탕수수밭과 뉴욕 거리 풍경 등 다양한 공동체를 배경으로 라틴계 유산을 기리는 축제의 장으로 표현됐다. 레이디 가가와 리키 마틴이 함께 노래했고, 카디B와 제시카 알바 등 남미 계열 스타들이 자리를 채웠다. NYT는 "배드 버니는 세대를 초월한 라틴계 유산을 소환했는데, 이는 고된 노동과 노동자들이 땀 흘려 얻어낸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드 버니는 공연 마지막 장면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국가 이름을 읊는 것으로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래미에서만큼 직설적이지는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연의 '도발 지수'가 10점 만점에 3점 정도였다며 "예상보다 정치적이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악플러들을 자극할 만한 것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연 직후 트루스소셜에 "정말 끔찍했고 역대 최악 중 하나였다"며 "이 사람이 하는 말을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고 악평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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