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들이 만든 나눔…따스한 감동 선사
수익 전액 기부…ESG 교육 1석2조

"이건 내가 안 쓰니까 동생 주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전남 무안군 하얀어린이집 실내 놀이터가 하루 동안 작은 장터로 변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장난감 지폐를 고사리손에 꼭 쥔 채 의류·장난감·도서 코너에 줄지어 섰다.
이날 하얀어린이집은 아이들과 함께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들 스스로 사고파는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면서 자원 순환의 가치와 나눔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만 0세부터 7세까지 원아 40명 전원이 참여했다.
행사는 한 달여 전부터 준비됐다. 어린이집은 학부모에게 먼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자'는 장터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공감한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물건을 장터에 내놓을지 회의를 열었다. 아이들은 "이 장난감은 안 써", "이 옷은 동생 줄래" 등 저마다의 '진지한 고민'을 통해 물건을 골랐다.
장터에는 가정에서 가져온 물건과 어린이집이 준비한 식료품이 함께 진열됐다. 가격표는 500원부터 5천원 이상까지 다양했다. 가격표는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손글씨로 만들었다. 간판도 아이들이 직접 그림으로 꾸몄다.
결제는 장난감 지폐로 이뤄졌다. 아이들이 직접 나눔장터에서 사고 파는 '역할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사고파는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겪게 하며 '경제 교육'과 '나눔 실천'을 동시에 이끌어낸 셈이다.
수익금은 애초부터 전액 기부가 목표였다. 이를 들은 학부모들도 적극 동참했다. "어차피 필요해서 살 물건이라면, 기부가 되는 장터에서 사자"는 공감대가 사전에 형성됐다고 한다. 이날 장터에서 모인 수익금 123만 원은 지난 9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남사랑의열매)에 전달됐다.
하얀어린이집은 평소에도 병뚜껑, 폐건전지 모으기 등 ESG 교육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번 장터를 경험한 아이들은 이후에도 "내년에 장터에 내놓자"며 집안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는 게 어린이집 측 설명이다.
이경순 원장은 "수익을 전액 기부한다는 취지에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해줬다"며 "아이들이 돈의 의미와 나눔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미애 전남사랑의열매 모금팀 주임은 "어린이집,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만든 기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시작된 나눔이 지역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