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잠수함 따려면 자동차 투자를”…목소리 높이는 加

이완기 기자 2026. 2. 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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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 대가로 패키지 제안
철강·에너지 등 다방면 투자 요구
카니, 방산 프로젝트 이상으로 평가
美 의존 줄이고 제조업 부활 전략
현지선 “안보 외면” 비판 목소리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5일 온타리오주 우드브리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방문해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가 약 400억 달러(6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차기 잠수함 프로젝트(CPSP) 발주 대가로 입찰에 참여한 한국과 독일 기업들에 철강·자동차·에너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캐나다를 향한 공세가 강화되며 양국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자 캐나다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국방 사업을 전통 산업 부흥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다음 달 CPSP의 최종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CPSP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 최대 규모의 국방 투자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최종 결선에서 맞붙고 있다.

하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전력 보강용 방산 프로젝트로 한정 짓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잠수함의 성능 경쟁을 넘어 한국과 독일이 캐나다 경제 전반에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가장 큰 경제적 기회를 제시하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안보 환경 변화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국가로 대서양·태평양·북극 등 3대 해역에서 상시 감시와 대응이 가능한 수중 전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고율 관세 부과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캐나다 제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산업 기반을 동시에 보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은 1% 미만에 머물러 있고 실업률도 6%대를 기록 중이다. 캐나다 국방협회연구소 연구원인 자비에르 델가도는 “카니 총리는 이번 입찰 경쟁을 캐나다에 보기 드문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말 그대로 ‘카니판 거래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전략도 CPSP 수주전의 중대한 변수로 주목된다. 카니 정부는 이달 5일 전기차(EV)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 재편 전략을 내놓고 제조업과 공급망 재구성을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이 구상 역시 잠수함 수주전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종 입찰을 앞둔 각 진영은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원 패키지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온타리오에 본사를 둔 알고마스틸과 2억 53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철강 빔 공장 건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알고마스틸은 미국 관세 여파로 최근 1000명을 감원한 기업으로 이번 투자 논의가 캐나다 제조업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캐나다 정부는 한국 측 지원에 나선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협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보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소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은 자국의 폭스바겐을 통한 현지 생산 시설 확대와 함께 우주·희토류 등 분야의 협력을 패키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캐나다를 기존 독일·노르웨이 잠수함 파트너십에 편입시켜 북극 공동 함대를 구축하자는 구상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결속을 바탕으로 공동 훈련과 작전 체계를 공유하겠다는 것으로 독일 측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현지에서는 캐나다 정부의 강경한 협상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산 입찰로 안보 공백을 해결하기보다는 자국 산업 살리기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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