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탐사보도] 강원 대진 앞바다…국비 6억 바다숲 해저엔 끊어진 로프만 남았다

김웅희 기자 2026. 2. 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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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원덕읍 대진리 앞바다.

이곳은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가 발주한 '동해바다숲' 조성사업 현장이다.

바다숲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기존 생태계를 훼손한 흔적이었다.

바다숲 조성을 위한 구조물은 지금도 해저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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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10m 아래 확인한 바다숲 조성사업의 민낯
같은 바다, 다른 공법…결과는 극명
책임 소재 없는 바다숲에 감사원 전면 감사 요구 커져
자연 암반에 앙카 볼트를 박아 로프를 고정하는 특허 공법이 적용된 바다숲 현장. 부실시공으로 로프가 탈락하는 바람에 해조류가 뿌리내리지 못한 채 암반 주변을 떠돌고 있다.
해조류가 거의 사라진 채 로프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

강원 삼척시 원덕읍 대진리 앞바다. 지난해 3월 전문 다이버와 함께 수심 10m 아래로 내려갔다. 바다숲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그러나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해조류가 아니었다. 암반에 박힌 앙카 볼트였다. 그 옆으로 끊어진 로프가 뒹굴고 있었다. 암반 표면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로프 끝에 매달린 해조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조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미 떨어져 나간 해조류도 적지 않았다. 조류가 바뀔 때마다 로프는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해저를 긁었다.

'동해바다숲' 조성사업 현장

이곳은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가 발주한 '동해바다숲' 조성사업 현장이다. 국비 약 6억3천만 원이 투입됐다. 자연 암반에 앙카 볼트를 박고 로프를 고정하는 특허 공법이 적용됐다. 일반적인 방식보다 비용이 더 드는 공법이다. 조금 더 이동하자, 끊어진 로프 여러 가닥이 한데 엉켜 있었다. 그 사이로 기존에 자생하던 해조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탐사 취재에 함께 나선 다이버는 손짓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로프가 지나가며 긁은 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바다숲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기존 생태계를 훼손한 흔적이었다.

같은 수심에서 방향을 바꾸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인공어초에 저연승 방식으로 해조류 종자가 고정된 구간이었다. 불과 수십m 거리였다. 해조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류와 수심은 같았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같은 바다에서 다른 선택을 한 결과였다.

수면 위로 올라와 인근 방파제에서 조업을 준비하던 어민들을 만났다. 한 어민은 담배를 입에 물고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내(나)는 저 아래에 뭐가 있는지 다 안데이(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밧줄 덩어리가 바우를(암반을) 다 긁고 댕기(다니)는데, 바다숲인지 뭔지 바다를 다 망칫다(망쳐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어민은 "바닷속에 문제가 생기면 (구조물을) 치우는 게 상식 아니가?"라고 반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조류 이식과 해중림 조성 분야의 한 전문가는 "자연 암반에 로프를 고정하는 방식은 조류 영향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공법을 대규모로 적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양환경단체의 한 임원은 "사전 검증이 충분했는지, 예산 집행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실시공에도 후속조치 없어

이처럼 부실시공이 드러났지만, 현장 정비는 없었다. 철거도, 보완 시공도, 원상 복구도 없었다. 어민들과 다이버들의 증언은 일치했다. 바다숲 조성을 위한 구조물은 지금도 해저에 남아 있다. 끊어진 로프는 여전히 바닥을 긁고 있다. 해양 훼손은 현재진행형이다.

바다를 살리겠다던 국비 사업이, 되레 바다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책임 소재다. 발주에서부터 시공, 감독, 사후 관리까지 어느 단계에서도 책임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 역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다숲 조성사업은 설계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와 어민들은 감사원의 전면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시공 부실이 아니라, 국비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점검해야 할 항목은 많다. 우선 사업자 선정과정이 적절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법 검증이 충분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시공과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후 관리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문제다.

이 같은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바다숲 조성사업도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삼척 앞바다는 그 경고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부실시공 구간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해역. 인공어초에 저연승 방식으로 고정된 해조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자라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신준민 기자 sjm@idaegu.com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한국재난구조단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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