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어떤 기회도 없을 것 같아”…미얀마 군부 5년, 신음하는 청년들

2021년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5년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과 무력 충돌은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공포와 상실을 깊게 남겼다.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항해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과 소수 민족 무장조직들은 각지에서 5년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혼란은 일상을 잠식해 미얀마 사람들의 미래와 희망마저 갉아먹고 있었다. 한겨레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5년을 맞아 2월 초 미얀마 20·30대 청년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쿠데타 이후 달라진 이들의 일상을 들었다.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일부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쿠데타 뒤 지난 5년은 이들에게 불안과 공포가 축적된 시간이었다. 만달레이주에 사는 네이 린(37·남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 탓에 언제 강제 징집될지 몰라 매일 출퇴근조차 두렵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데, 출근할 때도 퇴근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며 “겉보기에는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에 있든, 어떤 시간대에 있든 늘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저녁 6시 이후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그는 “징집 절차가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군의 실수로 구금돼 있던 9일 동안 사람들이 고문받는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국내 실향민인 헬렌(22·여성)은 자신과 남동생들이 징집 대상이라 “징병과 체포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가 가장 두려웠다며 “몇달간 훈련을 받은 뒤 전선으로 보내져 싸우게 되는데,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이들은 요즘 또래끼리 만나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해외로 나가는 문제, 미래의 기회에 대한 우려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헬렌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결국 어떤 기회도 남지 않게 될 것 같아서, 그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두렵다”고 말했다. 녜인 찬 아웅(35·남성)은 “진짜 나의 생각과 내가 하는 활동을 숨긴 채, 두려움 속에서 사는 것 같다”며 “미얀마가 (영영) 연방민주주의를 실현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5년 전 그날…“인터넷·전화 끊기며 시작됐다”
하지만 2021년 2월1일 새벽, 미얀마 전역에서 인터넷과 전화가 끊기며 상황은 급변했다. 통신이 두절된 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아웅산 수치 당시 국가고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을 회상한 녜인 찬 아웅은 말했다. “우리 주변에는 속삭임만 있었어요. 그날 이후 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는 죽었습니다.”
이들은 쿠데타 이전과 비교한 지금의 삶을 한마디로 묻자 “어머니 없는 아이”, “참담한 삶”, “옥죄는 삶”이라고 답했다. 네이 린은 “대부분의 시민이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을 어머니로 여겼고, 미얀마를 어머니의 땅(모국)이라 불렀다”며 “우리를 보호해주던 어머니를 잃은 아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얀마 여권 때문에 차별을 겪지 않았지만, 지금은 출입국 심사에서 난민이나 떠돌이처럼 취급받는다”며 “정부가 시민을 돌보지 않고 괴롭히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치 전 국가고문은 군사정권이 적용한 부패 등 혐의로 징역 33년을 선고받았다가 징역 27년형으로 감형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수치 전 국가고문은 로힝야족 등 소수민족 탄압 문제에 침묵하거나 사실상 방관했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거 결과 무의미…“내전부터 끝나야”
미얀마 젊은이들은 달라질 게 없는 선거보다 내전이 빨리 끝나는 게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네이 린은 “지금은 양쪽 모두 서로를 완전히 이길 수 없는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징병법 때문에 결국 “국민들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향민인 헬렌은 “젊은 세대는 내전을 자신의 미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쟁 폭력과 불안정 속에서 우리는 너무 지치고 소진됐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녜인 찬 아웅은 “모든 시민은 내전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내전은 삶의 비용도 끌어올렸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군부가 집권한 뒤 미얀마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이후 20% 후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과 의약품, 전기요금 등 생계비 전반이 꾸준히 오르며 가계 부담이 커졌다. 특히 군부의 수입 규제로 유통이 막힌 품목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며 가격이 크게 뛰었다.
네이 린은 “2020년에는 어머니 생신 선물로 8만5천차트(약 5만9천원)짜리 귀걸이를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2023년에는 월급이 3배가량 올랐어도 세 식구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간직해온 그 귀걸이를 지난해 결국 팔아 52만차트(약 36만원)를 받았다.

총알 피한 미얀마 실향민…안전 뒤 차별 사각지대에 노출
국제 인권평화단체 ‘사단법인 아디’가 낸 ‘미얀마 샨주 타웅지 국내 실향민 리포트’는 실향민들이 신체적 안전을 확보한 뒤에도 경제적 착취, 교육 박탈, 심리적 고통 등 ‘2차 피해’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향민들의 생계와 교육 여건도 심각하다. ‘소득이 기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0%였고, 월평균 소득이 ‘없다’는 가구도 45%에 이르렀다. 미얀마 도시 지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0만차트(약 48만3천원)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가구도 30%였다. 피난 2년째인 테 라 나잉(20)은 “대피하던 상황을 자주 꿈꾸고, 큰 소리를 들으면 다시 대피해야 할 것 같아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미래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헬렌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마음, 연민,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계속 지키고 있다”며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지고,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다잡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녜인 찬 아웅은 “나라의 힘은 내부에서 나온다. 한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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