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은 어떻게 출발했나…다큐 ‘레드 제플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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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어웨이 투 헤븐' '홀 로타 러브' '이미그런트 송' 등 몇 곡만으로도 록 음악 역사를 증명하는 밴드 레드 제플린.
록의 문법을 새로 쓰며, 블루스를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밴드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홀 로타 러브'는 록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읽힌다.
블루스에 뿌리를 둔 음악이, 스튜디오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질감의 록'으로 변형될 수 있음을 증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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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어웨이 투 헤븐’ ‘홀 로타 러브’ ‘이미그런트 송’ 등 몇 곡만으로도 록 음악 역사를 증명하는 밴드 레드 제플린. 록의 문법을 새로 쓰며, 블루스를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밴드로 평가받는다. 동시대에 비틀스가 송라이팅과 스튜디오 실험으로 팝의 지평을 넓혔다면, 레드 제플린은 연주와 사운드, 무대 위 강렬한 퍼포먼스로 록의 원형을 재정의했다. ‘완성된 곡’보다 ‘현장에서 터지는 힘’을 믿었던 밴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라이벌 딥 퍼플과의 대비도 흥미롭다. 딥 퍼플이 화려한 기교와 속주, 구조적 사운드로 청중을 압도했다면, 레드 제플린의 강점은 기본기에 충실한 그루브와 솔이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는 과시보다 긴장의 고조를 택하고, 존 보넘의 드럼은 테크닉보다 박자의 무게감으로 고막을 때린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엔진’ 존 폴 존스의 안정적인 베이스, 밴드의 연주를 뚫고 나오는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은 반세기 지난 지금도 그들을 추종하게 만든다.
‘전설’의 출발점을 되짚는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제플린의 탄생’이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공개됐다. 지난해 2월 영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극장에 걸렸지만, 국내 개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까지 건너가 극장에서 보고 왔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필견 작품’으로 통했다.

영화를 연출한 버나드 맥마흔 감독은 밴드 멤버들의 증언과 아카이브 영상, 라이브 음원을 촘촘히 교차 편집해, 보는 이를 당대의 현장으로 밀어넣는다. 특히 1980년 사망한 존 보넘의 생전 육성이 등장하는 대목은 이 작품의 진정성을 상징한다. 회고가 아니라 기록, 시간이 아니라 소리로 이어지는 접속이다.
영화 후반부가 다루는 2집 제작 과정은 ‘사운드의 탄생’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홀 로타 러브’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릴테이프에 한땀한땀 소리를 따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스튜디오에서 가능한 모든 물리적 조작으로 음색을 비틀고 겹치고 비워내며, 곡의 중심을 ‘연주’에서 ‘소리의 설계’로 확장해나간다. ‘홀 로타 러브’의 기타 리프는 단순하지만 압도적으로 반복되며 몸을 흔든다. 중간의 몽환적 브레이크 구간은 록이 어디까지 낯설어질 수 있는지 실험하듯 열렸다가, 다시 거대한 리프로 회귀한다. 공격성과 환각성, 직선성과 실험성이 공존하는 명곡이다.

그래서 ‘홀 로타 러브’는 록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읽힌다. 블루스에 뿌리를 둔 음악이, 스튜디오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질감의 록’으로 변형될 수 있음을 증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싱글로 내기 싫었다”는 지미 페이지의 증언은 밴드가 이 노래에 쏟아부은 노력과 열정을 대변한다.
영화는 전설을 찬양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소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쓰고, 끝내 한 곡의 질감을 바꿔버리는 집념을 보여준다. 음악과 사운드를 향한 로커들의 열정을 오롯이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제목 그대로 ‘탄생’의 순간을 가장 설득력 있게 기록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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