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뉴욕주, ‘기사 AI라벨링’·데이터센터 유예법 추진 논란
기사 투명성 윤리성 담보… 언론자유 침해 우려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는 산업경쟁력 낙오 불가피
AI 혜택과 위험 동시에 조율키 위한 법적 틀 고민

미국 뉴욕주 의회가 인공지능(AI) 산업의 빠른 확장과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법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나는 AI가 생성한 뉴스 콘텐츠에 표시(라벨)를 하고 인간의 편집 감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최소 3년간 잠정 중단하는 모라토리엄(건설 유예) 법안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미디어·기술 업계는 물론 일반 시민의 삶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주 의회가 상정한 첫 번째 법안은 '뉴욕 공정 뉴스법'(NY FAIR News Act)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작성하거나 생성한 뉴스 콘텐츠에 'AI 생성'이라는 명시적 라벨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순한 자동 편집 보조를 넘어 기사의 본문 전반이 AI에 의해 생산된 경우, 이를 분명히 밝히고 최종적으로는 인간 편집자의 승인과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뉴스룸 차원에서 AI 활용 방식과 범위에 대한 내부 직원 대상 공개와 민감한 정보 접근 제한 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안된 'S9144'라는 법안은 주 내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를 최소 3년간 중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 모델 학습·운영에 필수적인 인프라지만, 이들 시설이 대규모 전력과 가스 소비를 촉진하며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이 법안의 배경이다. 현재 뉴욕주에는 이미 13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며, 향후 5년간 10기가와트 이상의 추가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전력회사들이 대규모 연결 요청을 수용하면서 전력요금이 인상되고 있는 상황도 법안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법안은 AI 기술에 대한 규제 프레임을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뉴스 분야에서 AI 활용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최근 언론계 내에서도 AI 기술의 활용을 둘러싼 투명성·윤리성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논쟁이 입법 단계로까지 이어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AI가 언론 생태계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정보의 진위와 출처,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법안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과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언론·표현의 자유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법적·학술적 전문가들은, 정부가 뉴스룸의 편집 결정과 정보 흐름에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다.

AI 활용 여부를 법적으로 강제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언론사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조치가 오히려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찬성론자 주장도 만만찮다. 뉴욕의 기자·작가·편집자 노조 단체들은 이 법안을 지지한다. 이들은 AI가 미디어 콘텐츠에 활용될 때 독자가 모르는 사이 기계가 생산한 정보가 유통되는 현실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AI가 그들의 일을 대신할 경우 직업을 잃을 우려가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안 역시 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건설을 사실상 3년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발상 자체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규제 리스크다.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 법안이 일자리 창출 저해와 기술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부 환경 단체와 지방정부는 "에너지 소비 증가와 전력요금 인상은 당면 문제"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더버지는 만약 이 두 법안이 시행될 경우, AI 산업의 성장 궤도는 분명한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AI 생성 기사에 대한 라벨링과 인간의 최종 검토가 법제화됨으로써 일부 매체는 AI 활용을 줄이고 대신 인력 중심의 저널리즘 강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언론사의 작업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나 정보의 질과 신뢰도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대규모 AI 서비스와 학습용 컴퓨팅 파워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기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신규 구축이 억제되면 고성능 AI 개발 일정이 늦춰지거나 타지역 또는 해외로의 투자 이동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뉴욕주는 AI 산업 생태계에서 낙오될 수 있다.
한편 일반 소비자와 일상 사용자에게도 영향은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뉴스 앱이나 소셜 플랫폼에서는 'AI 작성' 표시가 기본 옵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이를 기반으로 정보의 신뢰도를 스스로 판단하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이 현실화된다면 전력 공급 안정성과 관련된 에너지 요금 변화, 전력망 부담 완화 이슈가 다시금 사회적 논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의 전기요금 및 서비스 비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뉴욕주 의회의 이번 법안 논의는 AI 기술이 일상 속으로 더 깊이 침투하고 있는 AI 시대에 규제와 산업 혁신의 균형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의 혜택과 위험을 동시에 조율하기 위해 법적 틀을 고민하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AI의 투명성과 안전성, 에너지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담보할 것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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