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銀’ 김상겸 “가장 운 좋은 날은 아내를 만난 날”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게 가장 운이 좋은 일이다.”
‘한국 스노보드 맏형’ 김상겸(37)은 8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 메달이었다.
37살의 무명 선수가 이뤄낸 기적 같은 메달에 이재명 대통령도 “네 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며 “대한민국 선수단 모두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오늘 하루,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취재진으로부터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날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떠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 박한솔 씨(31)였다.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박 씨는 이듬해인 2018년 남자 친구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모습을 직접 보러 갔다. 2014년 소치 대회 때 예선 탈락했던 김상겸은 박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16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지만 첫판에 그대로 탈락하며 대회를 마쳤다.
박 씨는 그때까지도 김상겸에게 올림픽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저 처음 ‘직관’한 올림픽 경기장 분위기가 신기했을 뿐이었다. 박 씨는 “나는 마냥 즐거웠는데 오빠(김상겸)가 생각보다 많이 아쉬워하더라. 끝나고 만나 같이 울면서 ‘오빠한테 올림픽이 엄청 큰 무대였구나’ 하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도 어떻게 해야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지 하나하나 배워갔다”고 돌아봤다. 첫 번째 흘린 눈물은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박 씨는 오히려 그때 김상겸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박 씨는 “영상통화를 하면서 서로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때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슬픔을 나눠도 괜찮은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디”고 했다.
두 사람은 2023년 봄 화촉을 밝혔다. 선수 생활 내내 뭔가가 부족한 선수였던 김상겸은 결혼 이후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2024년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에서 개인 첫 메달을 따냈다.

지난 시즌까지 길이 189~191cm짜리 보드를 타던 김상겸은 이번 시즌 보드 길이를 195cm로 늘렸다. 보드가 길어지면 회전은 어려워 지지만 속도를 내는 데는 유리하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올림픽을 앞두고 단점을 보완하는 대신 강점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개인 네 번째 올림픽에서 쟁쟁한 강자들을 잇따라 꺾으며 꿈에 그리던 메달을 아내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됐다.
김상겸이 실업팀(하이원)에 입단해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아내를 만난 이후였다. 김상겸은 하이원 창단(2019년) 전에는 짬짬이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훈련비를 마련했다. 박 씨는 “하이원 팀에 한 번 더 감사드린다. 팀 도움으로 결혼도 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리비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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