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한국국제교류재단 통해 첫 인연 세계 6번째 춘향전 번역본 재출판 힘 모아 “더 많은 韓 작품 소개할 기회 주어졌으면”
▲ 한국외국어대 그리스·불가리아학과 스파스 랑겔로프 교수가 볼가리아 소피아대학교 보이꼬 파블로프 교수와 함께 출간한 춘향전을 소개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jhkim@incheonilbo.com
1세기 넘게 유럽의 도서관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불가리아어 판 '춘향전'이 한국과 불가리아 학자들의 집념으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불가리아학과 스파스 랑겔로프 교수와 소피아대학교 보이꼬 파블로프 교수는 최근 1897년 불가리아에서 출간됐던 초기 '춘향전' 번역본을 발굴해 영인본(복제본) 형태로 재출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이루어진 춘향전 번역본으로, 러시아를 거쳐 불가리아에 전해졌으나 그간 학계에서 잊혔던 문학적 유산이다.
▲ 왼쪽부터 한국외국어대 그리스·불가리아학과 스파스 랑겔로프 교수와 불가리아 소피아대학교 보이꼬 파블로프 교수. /사진제공 =스파스 랑겔로프 교수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만난 랑겔로프 교수는 "이 작품은 단순한 고전 소설을 넘어 유교적 신분 질서에 도전하는 춘향의 역동성과 당시 조선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념비적 저작"이라며 "한국과 불가리아 양국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두 학자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한국국제교류재단(KF)을 통해 한국어를 배운 '불가리아 1호 연수생'인 이들은 덕수궁에서 열린 외국인 한국어 백일장에서 나란히 입상하며 문학적 교감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윤동주의 '서시' 등을 번역해 불가리아 문학지에 소개하며 한국 문학 전파의 선구자 역할을 했고, 1998년에는 현대 시인 57명의 작품을 엮은 시 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소피아 현지에서 영상 통화로 참여한 보이꼬 교수는 "불가리아 내 한국 문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며 "이번 번역본이 한국학 연구의 저변을 넓히는 소중한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양국의 문화적 자산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