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온가족 함께 즐기는 K애니가 보고싶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6. 2.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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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에 감동을 받거나 깨닫는 경우가 있다.

블루이, 페파피그, 벤&홀리를 꿰뚫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역시 '가족'이다.

강아지, 돼지, 요정 등 설정은 제각각이지만 가족과 친구 얘기가 대부분이다.

요즘 국내에서 어른·아이가 함께 볼 만한 가족 시트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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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웅 경제부 차장

찰나의 순간에 감동을 받거나 깨닫는 경우가 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돈오돈수'에 가깝다. 돈오돈수식 학습과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러 있고, 나 또한 비슷한 부류다. 최근 그런 깨달음을 주는 칼럼을 하나 읽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글이다. 칼럼의 소재는 '블루이(Bluey)'라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다.

블루이는 호주 브리즈번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소재와 주제는 시종일관 '가족'이다. 주인공 블루이와 엄마, 아빠, 동생은 모두 강아지를 의인화했다. 블루이와 동생 빙고는 여자아이다. 밝고 푸른빛의 색감이 선명하다. 시끌벅적하고 정신 사납지만 보고 있으면 유쾌하고 흐뭇하다. 따뜻하다. 옆에서 아이가 한 번씩 깔깔대며 웃을 때가 재밌는 포인트다. 블루이 말고도 '페파피그'와 '벤&홀리'를 종종 찾아본다. 애들이나 보는 걸 다 큰 어른이 본다고 흉볼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재밌고 감동적일 때가 많다. 영어 공부도 된다. 블루이, 페파피그, 벤&홀리를 꿰뚫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역시 '가족'이다. 강아지, 돼지, 요정 등 설정은 제각각이지만 가족과 친구 얘기가 대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은 고리타분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블루이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계속 누리고 있는 데 주목했다. 필자는 이유를 '원지즈(Onesies)'란 에피소드에서 찾았다. 7분20초 분량의 원지즈 에피소드를 다시 봤다. 필자가 원지즈를 예로 든 이유가 한 번에 와닿았다. 물론 누워서 죽은 척 휴대전화를 보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서는 절대 아니다.

블루이의 성공은 브리즈번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한다. 2024년 말 브리즈번에 초대형 블루이 체험형 공간이 문을 열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애들이나 보는 거라고 무시하기엔 정서적, 상업적으로 어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블루이나 페파피그의 성공을 부정하는 사람도 많다. 이성인 엄마와 아빠의 설정부터 문제 삼기도 한다. 동성 부모, 한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페파피그는 주인공 아이들의 무례함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요즘 국내에서 어른·아이가 함께 볼 만한 가족 시트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K드라마, K영화는 스토리도 탄탄하고 화려하지만 가족적이진 못하다. 분노와 혐오로 가득한 세상이다. 서울이 아닌 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블루이처럼 따뜻한 미소 한 모금 주는 K애니메이션이 나오길 고대한다.

[문지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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