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압승에 韓 외환시장 긴장…원·달러 환율 더 치솟나

김호성 기자 2026. 2. 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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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다카이치 트레이드'
엔화 약세·재정 리스크 확대
원화 동조화 변수 부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 총선에서 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하자 한국 외환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 정치 지형이 급격히 우경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경우, 엔화와 동조성이 크게 높아진 원화 역시 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HK 개표 방송에 따르면 자민당은 9일 오전 1시23분 기준 전체 중의원 의석 465석 가운데 311석을 확보했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넘긴 것은 전후 처음이다.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31석을 더하면서 여권 전체 의석은 340석을 웃돌게 됐다.

이번 결과로 자민당은 2024년 10월 총선에서 잃었던 단독 과반을 1년 4개월 만에 되찾았고, 개헌 발의선까지 넘어서며 강력한 정권 기반을 구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일본 정치·경제 전반이 '다카이치 1강' 체제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힘 실리는 '다카이치 트레이드'…엔화 약세 압력 확대

자민당 대승 직후 금융시장은 '다카이치 트레이드' 재점화를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확장 재정과 금융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기조가 힘을 얻으면서 주가는 오르고, 국채 가격과 엔화 가치는 하락하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13일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 방침을 당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닛케이 평균 주가는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책 추진력이 강화된 점은 주식시장에는 호재지만, 국채시장에는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에 대한 우려는 이미 채권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0일 연 2.380%까지 상승해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215%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다.

다카이치 내각은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122조3092억엔 규모로 편성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방위비 증액과 반도체·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포함돼 있다. 총선 압승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예산안이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도 외환시장의 경계심을 키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엔저는 수출산업에 큰 기회"라며 "엔고라면 수출해도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간 0%로 낮추겠다는 공약 역시 재정 부담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엔을 재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60엔에 근접할 경우 일본 당국이 환율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엔화에 동조하는 원화…환율 변수의 중심 이동

문제는 엔화 변동성이 한국 외환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나 위안화보다 엔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 단말기 엠피닥터 등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달러·엔 환율의 상관계수는 0.83까지 높아졌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의 움직임이 밀접하다는 의미다. 엔화가 움직이면 원화도 거의 같은 방향으로 반응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과거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1990년대 이후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는 -0.16으로, 엔화가 강세일 때 원화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0.52로 상승했고, 2022년 이후에는 0.83을 넘어섰다. 단기적으로는 0.9를 웃도는 구간도 관측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엔화의 방향성을 사실상 따라가는 국면"이라며 "일본 정치·재정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원·엔 동조화가 강화된 배경으로는 환율 결정 구조의 변화가 꼽힌다.

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무역과 경상수지에서 금리와 자본 이동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통화 성격이 강한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반응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 확대도 공통 변수다. 양국 모두 대규모 대미 투자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 정책과 금리 변화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일 때 엔화와 원화가 함께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식시장 동조화 역시 통화 연계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이후 코스피는 중국 증시와의 연관성이 약해진 반면, 일본의 토픽스(TOPIX)와는 상관성이 높아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 日개헌 논의 본격화 가능성…지정학 리스크도 변수

자민당이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넘어서면서 일본의 개헌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을 오랜 숙원으로 삼아왔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이며, 다음 선거는 2028년에 예정돼 있다.

단기간 내 개헌 성사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은 한·일 관계는 물론 금융시장에까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