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물 마른 산청군 삼장면…주민들 “취수 증량 아닌 감량해야”
삼장면에서만 하루 최대 1272t 취수 허용
주민들 식수·생활·농업용수 고갈 피해 호소
논란 빚은 환경조사, 허가 과정 불투명

지하수 고갈 논란이 가중되는 산청군 삼장면. 경상남도가 지난달 29일 기존 취수량에 하루 최대 272t을 추가로 취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주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허가로 삼장면 하루 최대 취수량은 기존 1000t에서 1272t으로 늘었다. 주민들은 먹는샘물 취수로 30년 넘게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위를 꾸린 주민들은 2년이 넘도록 지하수 취수 증량을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증량 허가가 철회될 때까지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장면 지하수 문제는 이달 6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경남 타운홀 미팅(주민회의)에서도 거론됐다.
임시허가에서 증량까지
산청군 삼장면 일대는 지리산산청샘물주식회사(이하 산청샘물)와 엘케이샘물이 하루 최대 1000t 지하수 취수를 허가받고 먹는샘물을 생산하고 있다. 주류업체 '무학'의 자회사인 산청샘물은 1995년부터 삼장면에서 하루 최대 600t을, 삼장면 덕교리에 있는 엘케이샘물은 2000년부터 하루 최대 400t 지하수를 퍼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경남도가 추가 허가한 산청샘물 272t을 더하면 산청샘물의 하루 최대 취수량은 872t으로 늘어나 두 업체가 삼장면에서 하루 퍼올릴 수 있는 지하수는 최대 1272t에 달한다.
갈등은 먹는샘물 업체 취수량이 늘어나며 시작됐다. 하루 취수량 600t을 허가받고 먹는샘물을 생산하던 산청샘물은 2023년 추가로 600t을 더 퍼올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허가권을 쥔 경남도는 2024년 2월 임시허가를 내주며 지하수 취수 증량 논란에 불을 댕긴다. 임시허가 기간에는 환경영향조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최종 허가를 할 수 있다. 환경영향조사를 진행한 산청샘물은 2025년 5월 하루 600t에서 450t으로 증량 계획을 변경해 도에 최종 변경 허가를 신청한다. 환경영향조사를 심의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말 최종적으로 272t 증량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도출해 경남도에 통보한다. 경남도는 이를 수용해 지난달 272t 증량을 허가했다.
논란 빚은 환경영향조사
지하수 고갈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경남도 취수량 증량 허가의 바탕이 된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영향조사 심의가 비과학적이고,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환경영향조사 심의에 참가한 다수 전문가가 양수시험 이후 80m 이상 수위변동과 영향구역 1㎞ 이상으로 지하수 고갈의 위험과 주민 피해를 경고했다며 이런 주장은 심의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심의에 참가한 위원 12명 가운데 3~4명이 환경상 피해와 절차상 흠결을 이유로 취수량 증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민들의 문제제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민들은 "한 심사위원이 지하수위 강화와 지반 침하, 지하수 고갈 등 환경상 피해를 우려해 취수량 증가를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심사위원도 생활용수 등 주민들이 사용하는 관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량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청샘물이 취수량 증가를 신청하면서 집수구역(취수할 수 있는 영역)을 임의로 확대한 점도 논란이 됐다. 주민들은 산청샘물이 지하수개발가능량 산정 핵심 전제인 집수구역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한 환경영향조사서를 제출했지만, 조사 보고서에는 확장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산청샘물 보고서는 458만㎡이었던 집수구역을 965만㎡로 2배 이상으로 늘리면서도 이 사실을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정혜경(진보당·비례) 국회의원은 이런 지적에 "집수구역 면적을 키우면 지하수량도 함께 커지게 된다"며 "이는 개발 가능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뜻으로 그 위에 쌓인 모든 영향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민들 증량 아닌 감량해야
주민들은 이미 지하수 고갈 상태에 놓인 삼장면에 증량이 아닌 지하수 감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청군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보면 삼장면은 지하수 고갈 위험 1등급 지역으로 산청군에 있는 4개 먹는샘물 업체 하루 취수 허가량은 5264t에 이른다. 이는 국내 먹는샘물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제주 삼다수보다 약 1000t이나 많다. 여기에 지리산 권역인 하동까지 포함하면 6개 생수 공장에서 하루 6364t을 취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지하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역 공동체 정주 여건마저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대책위는 삼장면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 기준 90% 이르는 이들에게서 지하수 취수 증량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 관련 기관에 제출했다. 산청군과 군의회도 '취수 증량 허가로 지하수 고갈, 수위 저하, 수질 변화 등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주민 동의 없는 증량 허가를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삼장면 지하수 문제 근원에는 불신을 부르는 행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2년 동안 경상남도·낙동강유역환경청·환경부·산청군은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에 이르기까지 약 100회에 달하는 기자회견과 반대집회·방문 면담·민원 제기를 이어왔지만, 돌아온 것은 행정기관의 외면과 묵살, 고소뿐이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행정소송과 감사원 감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정혜경 의원은 국회 차원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지하수는 특정 기업 자원이 아닌 지리산 권역 주민 모두의 생명수이자 공공재"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증량 허가가 아닌 주민 안전과 지역 미래를 지키는 결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직권조사와 감사원 청구를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