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단일 기술 경쟁 시대는 끝났다…도서『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 外

2026. 2.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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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구조 분석이 단 몇 분 만에 끝나고 세포만으로 고기를 만드는 시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만나면서 인류는 질병, 노화, 식량,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 앞에 서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이미 메츨은 이러한 변화를 ‘초융합’이라 명명했다.
단일 기술 경쟁 시대는 끝났다
『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
제이미 메츨 지음 / 최영은 옮김 / 비즈니스북스 펴냄
자율주행차 한 대가 도로 위를 달리기까지 필요한 것은 엔진 성능이 아니다.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 이를 처리하는 반도체, 실시간 통신망, 고정밀 지도, 사고 책임을 둘러싼 보험과 법제까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 책은 미래 산업이 더 이상 ‘단일 기술 경쟁’이 아님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이면서 데이터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신약 개발 사례 분석은 바이오 산업의 권력 이동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실험실과 연구자의 직관이 중심이던 구조가 알고리즘과 데이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약 산업의 진입 장벽과 주도권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간 융합은 혁신을 가속하지만 동시에 규제 공백과 윤리 문제를 동반한다. 저자는 ‘초융합’을 유행어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산업과 국가, 개인이 ‘융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미래는 발명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말솜씨를 넘어선 외교술의 비밀
『외교 천재 고려』
이익주 지음 / 김영사 펴냄
거란의 침입 앞에서 고려는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았다. 서희는 담판을 통해 전쟁을 피하는 동시에 강동 6주를 확보했다. 『외교 천재 고려』는 이 장면을 ‘외교적 기지’로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에 당시 고려의 군사력, 지리적 요충지, 송·거란 간 국제 질서를 종합적으로 계산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해석했다.

이후 고려는 송과는 문화·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거란·금과는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다층 외교를 펼친다. 저자는 이를 사대나 줄서기가 아닌 ‘균형의 기술’로 정의했다. 몽골 침입기 역시 마찬가지다. 고려는 끝까지 왕조를 유지하며 협상의 주체로 남았고, 완전한 패배를 피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고려를 이상적인 외교 국가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감정과 명분보다 생존 가능성을 우선한 현실주의 외교의 선택들을 차분히 복원한다.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은 도덕이 아니라 계산이라는 메시지는 오늘의 국제정세에서도 유효하다.

[ 송경은(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7호(26.02.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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