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아해가무섭다그리오’ 무서움의 이유는?…<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 제3 …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열세 명의 아이들은 대체 뭘 무서워하는 걸까요?” 커튼 밖으로 머리를 빼꼼 내미는 어른과 어린이 배우. 공연의 막을 여는 만담을 펼친다. “아이들이 뭘 무서워하는지도 모르세요? 빨리 연극이나 시작해요!”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는 여러모로 이상한 연극이다. 어린이 배우 9명과 어른 배우 5명이 나와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통통 튀는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엉뚱하기도 하다. 하지만 조명이 대상을 비추어 보이지 않던 표면을 드러내듯 삶의 진실과 인생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연극이다.
강훈구 연출의 창작집단 공놀이클럽과 종로문화재단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시인 이상의 이상한 시 <오감도>를 재해석해 ‘아해(아이)’들이 느끼는 ‘무서움’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어린이들은 공연 전에 ‘리서치 워크샵’을 통해 창작에 참여했다. 1934년 도로를 질주하던 ‘열세 명의 아해’가 느꼈던 정체모를 불안이 오늘날 어린이들이 직면한 구체적인 공포로 무대에서 펼쳐진다.
작품은 어린이들이 느끼는 무서움의 순간들을 13개의 단편적인 장면들로 무대화했다. 무대 안팎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끊임없이 현실을 환기한다. ‘태어나기 무섭다’는 외침으로부터 시작해 부모님과 학교, 달리기나 아이돌 같은 일상의 영역부터 전쟁처럼 거시적인 문제까지 풀어놓는다.


“어린이 여러분. 실패를 두려워하지마. 할 수 있어”라는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실패라는 것은요. 문제 행동이 전혀 아니에요. 그럼 금쪽이 한 번 가볼까?”라는 오은영 박사의 발언은 이 작품에서 문제시하는 무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다.
작품은 ‘무서워도 괜찮다’고 말을 건넨다. 극의 마지막, 어른이 된 ‘강민’은 스카이콩콩을 타고 위태롭게 무대 위 문을 열고 나온다. 어린 ‘강민’은 어른이 된 나의 안부를 묻는다. 가난한 연극 배우가 됐지만, 그래도 치즈크러스트 피자를 시켜먹을 수 있는 어른 ‘강민’의 삶을 긍정하는 어린 ‘강민’. 지난 날들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고, 그냥 무서워해도 괜찮다는 이들의 대화가 뭉클하다. “문을 열지 않아도 괜찮아?”(어른) “문을 열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문을 열어도 괜찮아?”(아해) “문을 열어도 괜찮아. 그런데 문을 열었는데 막힌 골목이어도 괜찮아?”(어른) “막힌 골목이어도 괜찮아. 그리고 뚫린 골목이어도 괜찮아.”(아해) 13인의 아해들은 각자의 문을 열고 뛰어나간다.
강훈구 연출은 창작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고민이 어른인 자신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연쇄살인과 전쟁의 소식이 들려오는” 그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디즈니’처럼 순결한 세상이 아닌데, 애써 현실에 눈을 감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아해들은 우리 곁에 늘 함께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모두는 한때 그런 아해였습니다.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는 우리 곁의, 우리 안의 아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어린이극이지만,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결국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이’이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러한 인간적 감정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면 된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4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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