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에도 선수생활…여성 스포츠 새 기준 쓰는 ‘올림피언’들 [플랫]
출산과 육아가 곧 선수 경력의 종착점으로 여겨져 온 통념에 도전하는 장면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여러 여성 선수들이 ‘엄마’이자 ‘올림피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으로 출전하며, 여성 스포츠 커리어 경계를 다시 쓰고 있다고 CNN이 7일 보도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켄달 코인 스코필드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임신 소식을 알린 뒤 “훌륭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는 축하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은퇴가 아닌 복귀였다. 코인 스코필드는 “아들이 내가 하키를 그만두게 만든 이유가 아니라, 계속하게 만든 이유”라며 “힘든 날에도 아이를 보면 다시 설 수 있는 이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에는 코인 스코필드를 포함해 ‘엄마 선수’ 6명이 포함됐다. 스켈레톤 종목 켈리 커티스는 두 살배기 딸을 둔 엄마로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섰다. 그는 미국 최초 흑인 여성 스켈레톤 올림피언이기도 하다. 봅슬레이 엘라나 마이어스 테일러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흑인 선수로, 밀라노·코르티나에서 여섯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2020년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니코와 2022년 다운증후군이 있는 노아를 낳았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터널 끝에는 빛이 있다”며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종목 카일리 험프리스는 15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원정을 다니며 올림픽 금메달 방어에 나선다. 올림픽에서 3개 금메달을 딴 험프리스는 NBC와 인터뷰에서 “엄마가 된 뒤 두 시간만 자고도 모든 걸 해내는 법을 배웠다”며 “엄마가 된다는 건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인 캐시 샤프(캐나다)는 2023년 딸 루를 낳고 이듬해 복귀한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프랑스 스노보드 선수 클로에 트레스푀슈도 2024년 아들 마를로를 출산한 뒤 3개월 만에 복귀했고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국제스키연맹(FIS)과 인터뷰에서 “임신 중에도 몸을 단련하면서 복귀를 준비했다”며 “육아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기는 어렵지만, 마를로와 함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스피드스케이팅의 프란체스카 롤로브리기다는 출산 이후에도 기량을 유지하며 안방에서 열린 경기에서 기록을 경신,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내겐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며 “엄마가 되는 것과 모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난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이를 이뤘다”고 썼다.
캐나다 컬링 국가대표 레이철 호먼은 임신 8개월 차에 캐나다 국내 대회에 출전했고 출산 후에 한 달 만에 링크로 돌아왔다. 그는 세 자녀인 라리엇, 보윈, 브릭스의 이니셜을 새긴 목걸이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호먼은 올림픽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을 떠올린다”고 했다.
스웨덴 여자 컬링 대표팀은 엄마들로 이뤄졌다. 스킵 안나 하셀보리와 세컨드 앙네스 크노셴하우에르는 각각 두 명의 자녀를 뒀고, 서드 사라 므크마누스는 이제 막 엄마가 됐다. 이 팀은 팀명을 ‘하셀보리 서커스’라고 지었다. 5명의 어린 자녀와 아이들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움직이는 바람에 매일 정신없는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하셀보리는 세계컬링연맹과 인터뷰에서 “투어에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우리는 이를 즐기고 있다”며 웃었다.

미국에서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은 육상 선수 알리샤 몬타뇨다. 몬타뇨는 2019년 임신을 이유로 후원 중단을 겪은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DreamMaternity’ 운동이 확산됐고, 이를 계기로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임신·출산 이후에도 선수들의 의료보험과 지원을 유지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선수촌에 보육 시설이 마련됐고, 이후 수유실, 산후 회복 프로그램, 영양·정신건강 지원이 각국 훈련 시스템에 정착하고 있다.
CNN은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장거리 이동과 고강도 훈련, 경기 일정에 더해 아이의 돌봄과 생활 리듬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유모차와 경기 장비를 함께 끌고 다니고, 국제 원정 중에도 육아용품을 챙긴다. CNN은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여성 선수 커리어가 출산으로 단절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 ‘엄마 올림피언’들의 존재는 출산 이후에도 최고 수준으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세훈 기자 shki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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