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하니 전세 가뭄…"전세 역할 점차 축소될 것"

이정윤 2026. 2. 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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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인하대 교수 "전세가, 집값 상승 못 따라가"
전세가율 너무 낮으면 전세사기 높으면 갭투자 부작용
전세, 핵심 역할 유지 어려워…위상 점차 축소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최근 전세 가뭄은 집값 급등과 맞물려 나타난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집값이 빠르게 오를수록 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인 전세가율이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방향을 틀고, 전세는 과거처럼 안정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장세진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전세가격은 집값 수준보다 ‘상승 속도’ 영향

9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장세진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주택 매매가격, 전세가격과 오버슈팅의 동학’ 논문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매매가격 수준보다 매매가격 상승률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전세는 이자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일정한 관계를 이룰 때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제도”라고 밝혔다.앞서 장 교수는 지난 6일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해당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장 교수는 “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이익을 나누는 계약”이라며 “세입자는 집을 사지 않고도 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은행 대출 대신 전세보증금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집값 상승이나 낮은 금융비용처럼 전세가 집주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집주인이 자본이득을 통해 이자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어 전세금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하며 연 5%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집값이 연 2% 상승하면 실질 부담은 3%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경우 집값 상승이 전세금 부담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집값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집주인은 이자 비용을 전세금으로 충당하려 하고, 전세보증금은 집값에 가까워진다. 전세가율이 90%를 넘기면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다. 최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등에서 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최근 전세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전세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7% 감소해 2만 2000여 가구 수준으로 줄었고, 25개 자치구 중 14곳에서는 전세 매물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전세가율 벗어나면 전세 기능 약화…“전세 과거 역할 어려워”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전세의 기능 자체가 약화된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전세가율의 안정 범위를 대략 20~80% 수준으로 봤다.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세입자는 큰 보증금을 맡길 유인이 줄어들고, 전세는 월세 등 다른 계약 형태로 대체되기 쉽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전세는 주거 계약을 넘어 자산 거래 성격이 강해지며 가격 조정 국면에서 위험이 커진다.

금융 환경 변화도 전세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장기 주택담보대출이 보편화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은 줄었고, 세입자 역시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국면과 금융 제도 발전이 이어질수록 전세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세가 곧 사라진다는 의미라기보다, 집값 상승을 전제로 작동해온 전세의 핵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장 교수는 “전세가 담당해온 온 주택금융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그 공백을 제도권 금융이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정책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주거 정책과 금융 시스템도 이러한 구조 변화를 전제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리와 주택가격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전세가 매매·임대시장을 동시에 조정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전세가 가시적인 미래에 없어질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모든 시장 환경에서 보편적인 계약 형태로 유지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j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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