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2년간 80억원···“쿠팡, 미국인 대부분은 써본 적도 없는데 미 정치권 전방위 공세”
트럼프가 개명한 케네디센터에 10만달러 기부
트럼프 취임 때 100만달러···“모든 경로 공략”

쿠팡이 미국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벌인 전방위 로비 활동의 일부가 공개됐다. 쿠팡은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100만달러(약 15억원)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간) ‘미국인 대부분은 사용해본 적 없으나 워싱턴의 플레이어가 된 회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쿠팡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공격적으로 로비를 펼쳐 왔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의 전직 고위 관리들에게 공을 들였다. 쿠팡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앨릭스 웡을 로비스트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2019년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쿠팡은 더욱 공세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10만달러를 기부한 대가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쿠팡은 로비스트도 전면 교체했다.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과 연줄이 있던 로비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인연이 있는 ‘콘티넨털 스트래티지’, 트럼프 1기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가 소속된 ‘밀러 스트래티지’ 등과 계약했다.
쿠팡은 기업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 워싱턴의 대표 공연장 케네디센터에도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센터 이사장으로 ‘셀프 취임’하고 센터 이름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한 바 있다. 쿠팡은 또 지난해 무역 문제를 다루는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공화·미주리)에게 1만5000달러(약 2200만원)를 후원했다.
이와 함께 쿠팡은 ‘컴퓨터·통신산업협회’ 같은 미국 산업기술 로비단체와 손을 잡았고 월마트와 포드 등이 회원사인 전미대외무역위원회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폴리티코는 쿠팡이 빅테크 기업들의 도움도 받아왔다면서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조 론스데일이 지난달 22일 엑스에 쿠팡 미국 투자자들의 소송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이러한 로비 활동에 2024년 330만달러(약 48억원), 지난해 227만달러(약 33억원)를 썼다.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 관계자는 쿠팡의 로비 행태에 대해 “총력전”이라며 “그들은 매우 공격적이고 워싱턴의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쫓는다”고 에 말했다.
최근 미 정부 일각과 의회가 한·미 무역협정 이행과 한국 당국의 쿠팡 조사를 연결 짓는 것도 쿠팡의 로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쿠팡은 미국인 대부분에게 생소한 곳이다. 미국 내에서 쿠팡을 이용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면서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한국 정부에 맞서 쿠팡 편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한·미 간의 관세 인하 합의와 한국의 3500억달러(약 511조원) 대미 투자 약속이 한국 정부의 디지털 기업 규제 시도 등의 문제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국 내 쿠팡 옹호자들이 이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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