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 쫓아내니…미국, 사상 두 번째 ‘인구 감소’ 경고등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트럼프는 이민 축소 자찬하지만, 소비·고용·성장에 연쇄 부담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아프리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에서 인구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며 소비의 원천이다. 인구가 감소할 경우 해당 국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는 가장 빠른 경제 성장과 발전을 달성했던 동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것은 대한민국이 최초지만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 국가에서 출생률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때는 가족 친화적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에서의 급격한 출생률 하락은 정책으로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서 미국은 여러모로 예외적인 국가다. 미국의 인구는 지속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다. 2023년 미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2081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앞으로 55년 후에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구 규모의 유지는 경제 성장과 발전의 핵심 요소다. 인구는 노동력 공급원이자 소비의 원천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 감소에 따른 비용 상승 부담이 가중되고 시간이 지나면 소비력이 감소하면서 전체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지속 증가하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것임은 명백해 보였다.
미국 인구의 지속 증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출생률과 더불어 이민자의 지속적 유입에 따른 것이다. 매년 태어나는 출생아와 사망자를 비교하면 미국은 출생아가 50만 명 이상 많다. 여기에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인구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출생률이 최근 급락하고 있어 2030년 전후에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질 예정이지만, 이민에 따른 인구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작년에만 이민자 62만5000명 추방
21세기 들어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주 대부분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향한다. 이주를 택하는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거나 하위 계층에 속한 경우가 많다.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와 중동, 서남아시아 이민자들을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은 다르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권력과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 또는 그 자식들이 미국으로 향한다. 고학력자 비중도 높다. 단순한 노동력 제공을 넘어 우수한 두뇌가 계속 미국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2025년 7월1일 기준 미국 인구는 전년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약 180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지만 이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2026년에는 미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미국이 1790년 정기적인 인구 조사를 실시한 이래 인구가 감소한 것은 1918년이 유일했다. 당시 미국은 2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유럽에 파병하면서 청년층 인구가 급감했고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면서 사망률이 급등해 인구가 감소했다. 실제 2026년 인구가 감소한다면 미국 역사상 두 번째고 전시가 아닌 평시 기준으로 본다면 최초의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이민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 강력한 국경 통제와 더불어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색출 및 추방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이민자 유입이 대폭 줄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역이민 상황을 맞이했다고 자찬했다. 미국을 떠나는 사람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사람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2026년 미국 순이민자는 최대 18만5000명에서 최소 92만5000명 감소 범위에 있다. 2025년 62만5000명이 추방됐고 올해도 대규모 추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구 감소가 실제로 확인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미국은 팬데믹 시절에도 인구 증가세를 유지하던 나라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이런 추세를 바꿔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감소가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민자가 감소할 경우 한정된 일자리와 주택을 둘러싼 경쟁이 완화되면서 고용률이 높아지고 주택 가격 및 임대료가 하락함으로써 생활 여건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26년 미국의 인구구조는 이미 청년층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서의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렴한 불법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던 농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이 사회 전 분야로 확장되면서 셀프 계산대를 포함한 무인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학 진학 연령인 만 18세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대학 진학을 꺼리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고급 인력 확보도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증가하는 인구가 보여주는 미국의 긍정적 미래 전망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경기 둔화 여파 AI 효과가 상쇄" 주장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문제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민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미국이 엄격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던 1960년대에 미국이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했음을 들어 이민 감소는 오히려 미국에 장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민으로 인한 인구 증가가 아닌 미국 시민권자들 사이의 결혼을 통한 가족 형성과 출생이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와 소비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민 감소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으며, 발전하는 AI가 인구와 경제 성장의 연관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 및 인구 감소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크고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이주가 집중되는 경향은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따른 인구 감소 추세로의 급격한 역전이 나타나면서 과연 이것이 미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문을 닫아걸고 있는 미국이 그들만의 행복한 오아시스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아니면 자신들의 장점을 스스로 파괴한 파멸적인 결정이 될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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