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욕 TNC 무대에 선 한국인 배우 최연실, ‘다양성’의 경계를 말하다
개인적 캐릭터 해석과 문화적 통찰로 현지 관계자들의 관심

이 작품에는 한국인 뮤지컬 배우 최연실이 유일한 한국 배우로 참여했다. 그는 작품 전반에 걸쳐 문화적 맥락과 표현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제작진과의 논의 과정에 참여했다. 낯선 뉴욕의 거리 무대 위에서 또 하나의 역할을 수행해 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뮤지컬 배우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우연히 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들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강렬한 경험이었다 진로를 고민하게 만든 계기였다. 그때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삶을 꿈꾸게 됐지만, 부모님께서는 대학 진학 이후에 시작할 것을 권유하셨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업에 매진해 연세대학교 사학과에 진학했고, 입학과 동시에 주저 없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뮤지컬의 길로 뛰어들었다.
학부에서 사학을 전공하며 쌓은 인문학적 토대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넘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객과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며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한 번 무언가에 매료되면 끝까지 파고들어 좀처럼 질리지 않는 성격 덕분에, 한국에서의 10년이 넘는 활동을 거쳐 현재는 뉴욕이라는 더 넓은 무대에 서게 됐다.
Q. 뉴욕 활동 이전, 한국에서도 꾸준히 무대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소개한다면.
2014년 뮤지컬 ‘뽀로로 탐험대’로 스물한 살의 나이에 데뷔하며 무대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다졌고, 보다 깊이 있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 전공 석사 과정을 밟으며 학문적·실천적 역량을 강화했다.

뉴욕 필름 아카데미 졸업 후 오디션 과정을 거쳐 TNC의 단원으로 발탁됐다. 특히 2차 콜백에서 진행된 ‘이민 풍자 즉흥극’ 미션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캐릭터 해석에 대해 크리스탈 필드(Crystal Field) 연출가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배역을 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배우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계기였다.
Q. 유일한 한국인 배우로 TNC 단원으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TNC와 정식 계약을 맺은 유급 배우로 활동하며, 매 순간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특히 TNC의 작업 방식은 오디션 과정에서도 강조됐듯 즉흥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연습 단계부터 즉흥적인 캐릭터 워크를 통해 배역을 구축해야 했고, 실제 공연 역시 거리에서 관객을 직접 마주하는 스트리트 시어터 형식이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았다.
모국어였다면 의사나 변호사 등 어떤 캐릭터든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영어로 즉흥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솔직히 큰 심리적 부담이자 도전이었다. 다만 이러한 ‘이방인’으로서의 결핍을 오히려 해석의 도구로 삼고자 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섬세한 신체 연기와 상황에 따라 활용한 한국어 억양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현지 동료 배우들과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질 때, 문화적 차이가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Q. 이번 작품에서 배우로서 특히 중점을 둔 역할이나 기여가 있다면.
유일한 한국인 배우로 참여한 만큼, 작품 속 아시아 문화가 묘사되는 방식에 대해 제작진과 소통했다. 자칫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로 비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내고, 한국 문화가 무대 위에서 보다 진정성 있게 재현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안해 실제 연출에 반영시켰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덕션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Q. 뉴욕 현지 관객과 평단의 반응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뉴욕의 상징인 맨해튼 센트럴 파크와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를 포함해 뉴욕 5개 자치구 전역의 주요 랜드마크에서 순회 공연을 펼쳤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뉴욕 시민들이 극 중 한국어 대사와 풍자적 장면에 공감하며 호응을 보내준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현장의 열기는 공연 현장의 반응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프로덕션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향후 시즌에도 뉴욕 현지에서 여러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5월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Love and Other Life Sentences’ 출연을 시작으로, 연극 ‘Odyssey and the Flowers of the Sun’과 무용극 ‘Cassandra’ 등 추가로 참여가 논의되거나 예정된 작업들이 있다. 단순한 일회성 출연에 그치지 않도록, 뉴욕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활동 폭을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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