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천문학·물리학 연구 예산 30% 삭감…현지 과학계 “재앙”
AI·생명과학 등에 재투자 전망

영국이 천문학과 물리학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을 30%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줄어든 예산은 인공지능(AI)과 생명과학처럼 가시적 성과가 빠르게 나오는 응용연구에 재투자될 예정인 가운데 기초과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과학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26~2027년 회계연도 과학 예산 가운데 천문학과 입자물리학, 핵물리학에 대한 자금 지원을 2024~2025년 회계연도 대비 30%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삭감안은 지난달 28일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STFC)가 공개했다. 영국 정부 소속기관인 STFC는 기초과학 예산을 분배한다. 천문학, 물리학과 함께 우주기술이나 레이저 연구 예산 등도 분배 대상이다.
이 같은 STFC가 천문학과 입자물리학, 핵물리학 예산만 콕 집어 2030년까지 줄이려는 예산은 총 1억6200만파운드(약 3230억원)다. 예산 감소 추세가 5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영국 과학계는 이번 예산 삭감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기초과학 예산이 한꺼번에 삭감된 적은 없어서다.
삭감된 예산은 응용연구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STFC의 상위기구인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직후 낸 입장문을 보면 최근 영국 정부가 발표한 8대 산업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연구 예산을 재편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8대 산업 전략에는 인공지능(AI)과 생명과학, 첨단제조, 에너지, 방위산업 등이 포함된다.
지난달 28일 마이크 록우드 왕립천문학회장은 공식 자료를 통해 “과학계의 재앙”이라며 “이대로 예산이 삭감된다면 젊은이들이 기초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하는 일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물리학회는 같은 날 “물리학은 사치품이 아니다”라며 “영국의 성장과 안보는 물리학이 발명한 기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과학계에서는 이번 예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영국이 여러 국가와 함께 비용을 모아 건설한 첨단 관측 장비에 자국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초대형 천체망원경 ‘유럽남방천문대(ESO)’,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천문대(SKA)’, 우주 암흑물질의 실체를 밝혀낼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 모두 영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분담금을 내 만들어졌지만, 정작 장비 운영비를 내지 못하면 관측 자료를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왕립천문학회는 “다국적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려면 이번 예산 삭감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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