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단독 개헌 발의 가능 '압승'…"일본 대전환기"
선거 전보다 118석 더 얻어, 연립여당 총352석
'강한 일본' 내세운 다카이치에 대한 기대감 반영
우익 전례없는 강대한 권력 장악…중도 · 진보 몰락
트럼프 2.0 이후의 국가주의 ‘빅딜 시대’에 부합
야당 ‘중도개혁연합’ 167석에서 118석 준 49석
헌법 개정 자민 단독 발의 가능, 통과는 미지수
과제는 적극재정과 감세따른 재원 결핍간 모순


자민당 단독 중의원 3분의 2 의석 넘긴 건 처음
1개 정당이 중의원 단독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것은 2차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자민당 창당(1955년) 이후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은 167석에서 49석으로
반면에 기존 제1야당이었던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합당한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선거 전 167석에서 49석으로 118석이나 줄었다. 통합 전의 입헌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는 20석 안팎으로 알려져, 중도개혁연합 획득의석 49석의 거의 절반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이전까지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했던 공명당이 비례대표에서 얻은 의석이어서, 제1야당 지위조차 우익 일본유신회에 넘겨 준 셈이 됐다.
입헌민주당의 중진(간부)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에다노 유키오 전 총리, 오카다 가쓰야 전 외상, 마부치 스미오 전 국토교통상, 겐바 고이치로 전 외상 등 예전 민주당 정권(2009-2012)의 핵심 멤버들이 모두 낙선했다.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는 선거 뒤 기자회견에서 "통한의 극치다. 죽어야 할 만큼 큰 책임"아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우익이 전례없는 강대한 권력 장악한 "대 전환기"
이는 자민당이 사실상 반대세력이 없는, 전례없이 막강한 정치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일본 정치가 우익/극우 세력 주도하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2.0 이후의 국가주의 '빅딜 시대'에 부합

우익/극우 압승, 중도와 진보 몰락
야당 제2당인 우파 국민민주당은 선거 전 27석에서 28석으로 1석을 더 늘렸으며, 우익 참정당은 선거 전 2석에서 15석으로 크게 세를 불렸다. AI 엔지니어이자 SF 작가인 안노 다카히로가 만든 디지털 민주주의 기술혁신 지향 정당인 '팀 미라이(미래)'는 중의원 의석이 없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11석을 얻었다.
대체로 '강한 일본' 건설을 내세운 우익/극우 정당들이 압승하거나 약진했으며, 중도와 진보, 좌파세력은 몰락했다. 이 또한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분명해지고 있는 기존 국제질서 해체와 새로운 국가주의, 민족주의, 국민국가 경쟁시대로의 세계사적 전환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 공산당은 선거 전 8석에서 4석으로 줄었으며, 2019년에 창당한 진보정당 '레이와 신센구미'도 기존 8석에서 1석으로 급감했다. 한 명이었던 중의원 의원마저 탈당해 중의원 의석 0(제로였던)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평화헌법' 개헌 자민 단독 발의 가능, 퉁과는 미지수
이번 대승으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여당은 연립여당이 과반의석 미달인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가결해 통과시킬 수 있는 중의원 의석 정원 3분의 2를 넘겼다. 이로써 자민당은 단독으로 헌법 개정도 발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헌은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다 의회 통과 뒤에도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개헌 발의는 가능하나 통과는 낙관할 수 없다.

최대과제는 적극재정과 감세 등에 따른 재원 결핍 모순
자체 예상마저도 크게 뛰어넘은 대승을 거둔 자민당과 다카이치 내각이 안고 있는 최대 과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국강병을 위한 "책임 있는 적극재정"과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감세' 정책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은 모두 감세를 주장했고, 자민당도 식료품에 부과되는 소비세율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카이치 총리도 "나 자신도 (감세가) 비원이었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감세를 수반하는 적극재정으로 세계최대 재정적자(정부 부채)국인 일본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 전인 지난 1월 20일에 이미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의 이자가 한때 2.38%로 급등해 2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이자가 높아진다는 것은 국채 가치가 평가절하돼 잘 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국채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절하는 적극 재정의 재원을 결국 빚을 내서(국채 발행) 메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판에 자민당을 비롯한 여야당의 감세 공약은 재원에 대한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고,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료품 관련 소비세를 2년간 없애겠다는 공약에 따른 감세 조치로 약 5조 엔(약 47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데, 이는 연금과 의료비, 개호(환자 돌봄), 육아 등의 사회보장 재원 부족으로 이어진다. 대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감세에 따른 국채 증발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적자 국채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보조금이나 조세 특별조치 등을 재검토해서 세수 외의 수입을 재원으로 쓰겠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엔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 유세 지원 연설을 하면서 "(엔 약세로) 외환자금특별회계 운용은 싱글벙글하는 상태"라며 엔 약세를 용인 내지 환영하는 듯한 발언을 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웠다. 아베 정권의 장기 초저금리 금융완화정책(아베노믹스)으로 인한 엔 약세와 디플레 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다카이치의 적극재정에 대한 의구심,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백지위임 받은 다카이치 내각 "수만 믿고 밀어붙이면 위험"
이번 자민당의 대승은 강한 국가를 갈망하는 일본 국민들의 기대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자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중도개혁연합 등 야당 쪽이 무기력과 무대책으로 잘 못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임있는 적극재정,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관련 문서 개정, 스파이(간첩)방지법 제정, 국기 훼손죄 제정…. 총리는 '국론을 양분하는' 듯한 대담한 정책,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치는 크게 오른쪽으로 선회했고, 재정 규율도 흔들린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백지 위임'을 받은 다카이치 내각이 '수의 힘'만 믿고 정책을 밀어붙아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유권자들의 백지위임도 속전속결로 치러진 이번 선거기간에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따져 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전면적인 지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결국 사상 최대의 승리를 자민당에 안긴 일본 유권자들의 '부강한 일본' 재건에 대한 갈망과 기대를 단기간에 충족시키거나 그 기대를 계속 살려 갈 수 있느냐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기대가 무너지면 유권자들 표심이 표변한다는 걸 보여 주는 역사적 사례들은 많다.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