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내편무죄 네편유죄’, 사법은 어디로 가는가

최미화 기자 2026. 2. 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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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이 돼버린 권력형 비리
‘쌍팔년도 화두’가 다시 등장
검찰은 옷벗고, 범죄자는 득세
김현지가 대체 누구길래
대한민국이 마피아 나라냐
김경국 시사평론가

요즘 대한민국 사법 풍경을 바라보면 묘한 규칙 하나가 보인다. 특정 이름이 얽힌 사건에서는 1심 무죄가 곧 최종심이 되고, 항소는 애초에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이름이 등장하는 사건은 사소한 혐의라도 확대되고, 수사 강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내편무죄 네편유죄'라는 쌍팔년도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7일 대장동 주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진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항소 요구를 끝내 묵살하고 항소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항소를 주장했으나, '윗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들은 7천억원대의 부당이득금을 챙겨가게 됐고, 항소를 주장했던 검찰 간부들은 좌천 끝에 일부는 옷을 벗었다. 범법자들의 승리다.

지난 4일 대장동 사건 '예행연습'으로 불렸던 위례신도시 개발비리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이 추정한 사건 공범들의 범죄수익은 211억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에서도 조용하다. 대장동 항소포기에 반발했던 검찰간부들이 좌천되고 끝내 검찰을 떠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항소 포기로 무죄가 확정되면, 이제 훗날 새로운 증거가 나와도 다시 기소할 수 없다. 한마디로 '게임 끝'이다. 두다리 뻗고 돈 쓸일만 남았다.

두 사건은 등장인물에서부터 비리내용까지 판박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범 또는 핵심 배경으로 거론돼왔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어떨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김정숙씨 특활비 옷값 유용 사건이 고발됐을 때, 옷가게에 지급했던 관봉권 사진이 언론에 적나라하게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수 백벌의 의상과 장신구 등의 구매 리스트까지 드러났고, 심지어 '관봉권'으로 옷값 등을 지불했다는 수사결과까지 발표하고도, 관봉권이 특활비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에서 수사자료를 요구하겠다고는 하는데, 크게 믿을바도 못되는 것 같다.

반면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관련한 명예훼손 고발사건은 피고발자의 주소지 경찰서가 아니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사건을 가져갔다. 반부패수사대는 직권남용이나 뇌물죄 등을 전담하는 부서다. 당연히 수사인력이 낭비될 수 밖에 없고,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김현지가 대체 누구길래.

지난 6일에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공소가 기각되고 아들 병채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읜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6년 일하고 받은 50억 원의 퇴직금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선뜻 항소방침을 발표하지 못한채 꾸물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마피아의 나라'가 됐느냐는 분통이 터져나온다.

문재인 정부 조현옥 인사수석의 공공기관장 내정 직권남용도 1심 무죄에 항소를 포기했다.

신설되는 공소청은 보완수사권은 폐지되고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강제력 없는 요구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수사권 없는 기소기관, 항소조차 포기하는 검찰, 견제받지 않는 권력형 비리 수사 구조 속에서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정의는 무엇인가.

설상가상으로 검찰총장·경찰총장 직무대행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고 있다. 준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이유로 역대 정부, 심지어 군사정권 시절에도 지켜졌던 선이 무너졌다.
행정부 수반이 수사기관 수장을 국무회의 테이블에 앉혀놓는 장면은 그 자체로 위험한 신호다.
권력형 비리는 이제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성역이 되어버렸다.

민주주의는 절차와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법은 누구 편도 아니어야 하며, 권력에 가까울수록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원칙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의 회복이다. 이러고도 민주정부를 외칠 수 있나.

김경국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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