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호흡과 체온을 담는다"…'육필시 사랑 모임' 김동원 대표

송태섭 기자 2026. 2. 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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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는 대구 서구 달성 토성마을에서 요즘 이색적인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일정으로 토성마을 안 문화공간인 '다락방' 2층과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토성마을 육필시 43인전'과 '백천 서상언 화백 : 한글, 매화로 피다'전이다.

'육필시 모임' 회원들 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한 시인들이 달성 토성마을의 정취를 담아 쓴 시들을 나중에 '시화'로 제작해 마을 골목골목에 게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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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시 사랑 모임' 대표인 김동원 시인이 모임 결성 계기와 육필시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태섭 기자

골목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는 대구 서구 달성 토성마을에서 요즘 이색적인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일정으로 토성마을 안 문화공간인 '다락방' 2층과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토성마을 육필시 43인전'과 '백천 서상언 화백 : 한글, 매화로 피다'전이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물씬 나는 이 전시를 주최·주관하는 곳은 '육필 시 사랑 모임'이다. '종이에다 직접 손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결성돼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AI가 시까지 써 내는 시대에 '육필 시' 시인들이라니 새삼스럽고 아련한 느낌마저 든다. '육필 시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포부가 야무지다.육필시 모임 대표을 맡고 있는 김동원 대구시인협회장을 만나 AI시대 '육필 시'가 갖는 의미와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요즘도 종이에 펜으로 시를 쓰는 작가들이 있나보다.

▲'육필시'는 몸의 흔적과 시간의 말이다.키보드 이전의 언어이고, 언어 이전의 호흡이며, 호흡 이전 손의 기억이다. 손으로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적는 게 아니라, 시인의 감정을 눌러 담는 행위이다. AI와 속도의 시대에 육필시는, 시 행간을 저마다의 보폭으로 사유하는 일이다. 그래서 육필은 더 예언적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오래된 미래를 꿈꾸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여, 육필시는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후세에 전할 아름다운 기물(奇物)이다. 요즘 육필시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관람객이 문학관에 가면 '육필시'를 가장 많이 본다고 한다.
대구 서구 토성마을 안 문화공간인 '다락방' 2층에 전시 중인 '육필시 사랑 모임' 회원들의 육필시들. 송태섭 기자
한 시인은 요즘 보기 힘든 원고지에 쓴 작품을 전시회에 출품했다.

-'육필시 사랑' 어떤 모임인지 소개해 달라.

▲ 한마디로 정의하면 시를 사랑하고 알리고자 하는 시인들의 모임이다. 좋은 시는 현대 사회의 오염된 말을 닦는 역할을 한다. 하여, 아름다운 시들을 시인이 직접 육필로 써서, 시민 속으로 다가간다면, 좀 더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지난해에 창립했다. 현재 30여 명의 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지금 계속해서 '육필시 사랑'에 관심을 갖는 시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안으로 100명의 회원을 모시려고 한다.

-AI가 못하는 게 없다. 시분야도 마찬가진데 이런 AI 시대에 육필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AI의 열풍이 불면서 '시아 Sia'(2022, 시아 파트너스) 등 시 창작 전문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육필 시의 위상과 가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시단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AI의 언어는 빠르고 넘쳐나지만, 체온에 가 닿지 못한다. 육필은 말 그대로, 영혼과 몸을 관통한 손의 떨림, 행간 속에서의 망설임까지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시인이 시를 쓰면서 원고에 남긴 교정 자국이나 창작 과정의 흔적은 따스한 정감을 준다. 육필에는 시인의 숨결이 배어 있고 창작을 위한 고뇌와 시혼(詩魂)이 실려 있다. 육필 시는 시인과 독자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해준다. 디지털 복제 시대의 편의와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기술문명이 채워줄 수 없는 게 있다면? 시인의 지극한 마음과 정성, 더 깊은 정서적 울림과 유대감으로서 아날로그적 향수가 아닐까.
'육필시 사랑모임' 김상환 대표(사진 왼쪽 끝)과 정지홍 사무총장(사진 오른쪽 끝)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송태섭기자

-첫 전시를 달성 토성마을에서 열고 있는데 특별한 뜻이 있나

▲ 토성 마을은 달성공원에 둘러싸인, 한국의 6·70년의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정겨운 동네다. 봄이 되면 좁은 골목 사이로 꽃이 피어 참으로 아름답다. '육필시'가 그렇듯이 토성마을도 흑백사진처럼 우리에게 옛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토성마을을 처음으로 찾은 이유이다.앞으로 단순한 전시를 넘어 토성 마을 전체를 시화(詩畫) 거리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육필시 모임' 회원들 뿐만 아니라 전시를 관람한 시인들이 달성 토성마을의 정취를 담아 쓴 시들을 나중에 '시화'로 제작해 마을 골목골목에 게시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대구시 각 구청의 문화원과 연계해 대구시인의 육필시를 보급할 것이다. 육필시화전, 육필시 조각전, 육필시 사진전, 육필시 연주회 등등, 인접 예술과 콜라보할 것이다. 일상이 작품이 되는 '문화예술의 마중물' 역할을, '육필시 사랑' 이 하려고 한다. 육필시는 인간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다. 카페, 골목, 소외된 지역 등, '육필시 사랑'을 부르는 곳은 다 찾아갈 예정이다. 대구의 옛 골목이 차원 높은 예술의 거리가 되길 꿈꾼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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