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에서 묻다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박주연 2026. 2. 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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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논의

과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사망에 이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 경영진의 국회에서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쿠팡 사태’. 미국에서는 피해 소비자들이 쿠팡 모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한국도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탈팡’(쿠팡 회원 탈퇴)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 없인 일상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쿠팡 사태’를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2026년 1월 28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의 이슈테이블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가 열렸다. ©일다

1월 28일,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이하 소소)는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라는 제목의 이슈테이블을 열었다. 소소는 작년 10월 “일터의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노동 환경과 평등한 존중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다. 2026년의 첫 토론 주제를 ‘쿠팡사태’로 정했고, 이 자리에선 쿠팡이라는 거대 기업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잠식했는지, 여성노동의 현실과 돌봄의 문제에 집중하여 뜨거운 논의가 오갔다.

돌봄의 위기를 먹고 자란 쿠팡

윤보라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강사는 쿠팡의 폭발적 성장이 단순히 ‘빠른 배송 기술’ 덕분이 아니라, “붕괴된 돌봄 체계와 재생산의 위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기저귀와 생수, 분유 등을 새벽배송하면서 성장한, 한마디로 돌봄과 재생산 위기 자체를 이윤 창출의 절호의 기회로 바꿔낸 케이스”라는 것.

쿠팡은 국내 최고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2024년 연간 매출액은 4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3분기 매출액은 12.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월 회비를 내면 로켓배송 및 반품, 쿠팡플레이 시청, 쿠팡이츠 배달 혜택을 제공)은 약 1천5백만명 이상이다. 윤보라 연구원은 “한국의 2024년 총 가구수가 2천3백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쿠팡의 장악력과 지배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기본 생필품부터 식재료까지 전부 다 쿠팡에 의존하고 이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1인가구, 맞벌이, 외벌이 가구 등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누가’ 쿠팡 배송으로 주문을 하는가를 더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짚었다. “누가 소비를 하느냐? 바로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그것은 대체로 여성”이라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플랫폼 경제가 동네 상권이나 소규모 자영업들을 붕괴시키면서 동네 문방구가 사라졌고, 당장 내일아침 아이를 학교·어린이집에 준비물을 동봉해 보내려면 쿠팡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사라진 질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비윤리적 소비냐, 탈팡이냐가 아니라 왜 돌봄의 공백을 쿠팡이 채웠으며, 플랫폼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시민의 일상을 관리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윤보라 연구원은 “쿠팡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무엇이었는지” 봐야 할 때라고 환기했다. 그리고 “돌봄을 소비와 시장에 다 맡겨버리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된 상황에서 도대체 돌봄과 재생산에 공적인 요구가 왜 필요한가, 이것을 어떻게 정치적인 요구로 바꿔내야 하는가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맘’을 노동자로 보지 않고 소비자로만 소환하는 언론

경향신문 남지원 기자(젠더데스크, 플랫팀장)는 언론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새벽배송 규제 논의 때마다 “워킹맘을 소비자 대표로 소환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언론이 ‘새벽배송 규제를 반대하는 워킹맘’ 공식을 만듦으로 인해 “워킹맘이 일하는 여성, 그러니까 노동자임에도 ‘소비자’로만 재현됨으로 인해, 워킹맘이 요구받고 있는 장시간 노동이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하는 여성들이 특별히 더 요구받는 돌봄노동의 압박의 맥락 또한 지운다”고 지적했다.

남지원 경향신문 기자는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새벽배송’과 ‘워킹맘’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에 대해 언급했다.

“왜 노동자들이 새벽배송이 꼭 필요할 정도로 늦게 퇴근해서 핸드폰으로 장을 봐야 할 정도인지,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 및 가정 내 생필품을 챙기는 건 왜 여성의 몫이어야 하는지 (언론은) 질문하지 않는다. 언론에서 워킹맘을 단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으로만 재현할 경우, 플랫폼 기업의 빠른 배송과 같은 ‘혁신’을 정당화하는 기재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지원 기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실에서 새벽배송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언론의 역할은 “워킹맘이 새벽배송을 원하니 그것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사용해 보도하는 게 아니”라, “왜 새벽배송이 우리 사회의 필수 인프라가 되었고, 여성노동자에게 어떤 부담이 쏠리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프레시센터’ 계약직 노동자 다수가 중년 여성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는 쿠팡 사태에서 언급되지 않는 또 다른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 중 ‘프레시센터’의 노동 현장을 참여 관찰하고 있는 이소진 씨는 그곳의 계약직 노동자 다수가 ‘중년 여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남성으로 표면화되는 ‘배송 노동’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레시센터는 신선식품이 보관된 곳으로 거대한 냉장실이기에 방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많은 물품으로 인해 가동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신체가 작은 노동자가 작업 수행에 유리하다”. 그것이 프레시센터에 여성노동자를 배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의 모든 노동 과정이 전산화되어 기록되며 노동자들 또한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노동현장에선 유순한 노동자가 선호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에서, 장시간 반복 노동을 감내할 수 있고, 지시에 순응적인 태도를 기대할 수 있는 노동자가 ‘적합한 인력’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결국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인력구성을 만들게 한다.”

한편, 정하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쿠팡의 성장 이면에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적 유통업이 위축되면서,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여성 판매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커머스 쪽은 비정규직 고용을 많이 하고 있고, 쿠팡 물류센터는 일용직이 50% 이상이라고 한다. 유통업 내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주7일 배송이 필요없는 소비자 모임’ 깃발을 들고 참여했던 정다울 씨는 “사회에서 갉아먹힘 당한 노동자들이 다시 쿠팡 노동자들을 갉아먹는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뒤편의 노동자 안전과 권리를 이야기하며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에서 쿠팡 측이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에 대한 보상이라며 내놓은 쿠폰에 분노하며 “기만적인 쿠팡 5천원 쿠폰 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이슈테이블은 쿠팡 사태가 단순히 ‘나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방치해 온 돌봄의 공백과 노동의 성별구조, 그리고 장시간 노동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개인들이 ‘소비자’를 넘어 “돌봄이 공적으로 해결되는 사회”,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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