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선수들 자국 비판에 “대표 자격 없어…응원 못해”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미국 대표팀 선수 중 한 명을 겨냥해 겨울올림픽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미국 올림픽 스키 선수 헌터 헤스는 정말 한심한 패배자다.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랬다면 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말았어야지, (그런 선수가) 대표팀에 있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이런 사람을 응원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헤스를 겨냥한 이유는, 헤스가 지난 5일 기자의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했다는 이유다. 헤스는 기자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소감’에 대해 묻자 대답하기 “조금 어렵다”면서도 “저나,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제가 국기를 달았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표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민 단속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크리스 릴리스도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사랑과 존경으로 대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를 볼 때, 우리가 대표하고 싶은 미국의 모습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참석한 미국 선수들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는 처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그린란드 침공 위협 등으로 인해 유럽 내 미국 이미지가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하 이민단속국) 요원들이 올림픽 행사에 파견된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 내에서 이민단속국 반대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어서다. 미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이탈리아 내에서 이는 이민단속국 비판 여론을 고려, 최근 밀라노에 만든 올림픽 대표팀 선수단 지원 장소 명칭을 ‘아이스 하우스’(Ice House)에서 ‘윈터 하우스’(Winter House)로 바꿔야 했다. 6일 개막식 때는 전광판에 이탈리아를 찾은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의 얼굴이 비치자,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
7일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스키 선수인 미카엘라 시프린은 “영광이자 특권”이라면서도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해 “포용성, 다양성, 그리고 친절함의 가치”를 대표하고 싶다고 답했다. 앞서 올림픽 3관왕 선수인 린지 본은 “(이민단속을 겪는) 미네소타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피겨스케이팅 선수 앰버 글렌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성소수자(LGBTQ+)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 뒤 입장을 낸 선수들은 보수 인사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복서 출신 유튜버인 제이크 폴은 “진정한 미국인이라면, 이 나라를 대표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곳에 가서 살아라”라고 엑스(X)에 썼다. 이후 그는 밀라노에서 제이디 밴스 부통령 옆에 앉아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폴 외에도 전직 프로 미식축구(NFL) 선수 브렛 파브, 배우 롭 슈나이더, 공화당 하원의원인 바이런 도널즈 등 보수 인사들이 선수 비판에 가세했다. 글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답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증오 메시지와 협박을 받고 있다”며 “정신 건강을 위해 에스엔에스(SNS) 활동을 줄이려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가세한 셈이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선수들을 겨냥한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메시지가 급증하고 있다”며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신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선수들의 안전과 복지를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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