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금·은 열풍 뒤에 중국 ‘아줌마’들” 보도

이영경 기자 2026. 2. 9. 11: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침체·은행 낮은 이자 등으로 금 각광
금 ETF 손쉽게 사고 1g 황금 ‘콩’ 구매 인기
워시 쇼크에 중국 투자자들 “부추 베기 당해”
한 보석상에서 저울 위에 올려진 금목걸이의 모습. 게티이미지

중국 베이징의 고교 교사 로즈 톈(43)은 설 연휴를 앞두고 귀금속 시장을 찾아 금팔찌와 목걸이, 반지 등을 둘러봤다. 그는 수년간 자신과 친척 몫으로 수천달러 상당의 금을 사들였다. 세계 정세와 경기 불황을 우려해서다. 그는 최근 금값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금이 훌륭한 안전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전히 금값 상승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금·은 광풍 뒤에 있는 중국의 아줌마(Auntie)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귀금속 시장 급등의 배경에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지난주 큰 변동성을 보인 것과 관련해 “중국에서 (시장)상황이 좀 무질서해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금협회(WGC) 집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골드바와 금화는 약 432t에 달해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골드바·금화 구매량 중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WSJ는 중국 가계가 자금을 맡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이유로 지목했다. 현지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크며, 은행 이자는 낮다. 이 때문에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위챗이나 알리페이 앱을 통해 금 ETF(상장지수펀드) 등 귀금속 투자 상품을 손쉽게 매수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금 ETF에는 역대 최대 자금이 유입됐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의 금 선물 거래량도 연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현물 금에 대한 수요도 높다. 금 시장과 보석상에는 인파가 줄을 서 골드바와 유리 항아리에 담긴 1g짜리 황금 ‘콩’을 앞다퉈 구매한다고 WSJ은 전했다. 이 같은 높은 수요로 중국 내 금·은 가격은 국제 기준가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국제 금·은 가격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약달러 전망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강세를 이어갔다.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헤지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과 은값은 지난해 각각 60%, 15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이후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금·은 가격은 급락했다. 이날 하루에만 금 현물은 약 9%, 은 현물은 26.4% 떨어졌다.

중국에서도 혼란이 컸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추 베기’를 당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는 잘라도 다시 자라는 부추처럼 개인 투자자만 반복적으로 손실을 본다는 뜻으로, 한국의 ‘개미 학살’과 유사한 표현이다. 일부 은행은 귀금속 매수 관련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대형 귀금속 상가인 톈야(天雅) 시장의 한 판매 담당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격 급락 뒤에도 골드바 매입이 늘긴 했지만, 고객 사이에서는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